내일의 눈
유튜브 끼워팔기와 플랫폼법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에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조사 착수 뒤 무려 1년6개월, 논란이 된 지 2년이 넘었다. 유튜브가 프리미엄(월 1만4900원)을 구독하면 ‘유튜브뮤직’을 함께 제공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란 게 공정위 판단이다.
유튜브의 끼워팔기는 국내 음원시장에서 제대로 ‘먹혔다’. ‘끼워 팔린’ 유튜브뮤직은 국내 음원 시장에서 토종 멜론을 앞지르고 사상 처음으로 1위 자리를 꿰찼다. 동영상 스트리밍에 이어 뮤직까지, 국내 콘텐츠 플랫폼이 글로벌 공룡 유튜브에 장악된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튜브뮤직의 월간이용자수(MAU)는 650만명으로 멜론(624만명)을 앞질렀다. 실제 유튜브뮤직은 ‘끼워팔기’ 후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2022년 1월 408만명이었던 MAU는 2년 만에 200만명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멜론은 769만명에서 624만명으로 100만명 이상 감소했다. ‘국내 디지털 음원시장이 고사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근거다.
공정위 조사가 늘어지는 사이 시장 판도가 확 바뀐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획정’ 때문이다. 끼워팔기가 법 위반이 되려면 유튜브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여야 한다. 디지털동영상을 독자시장으로 본다면 유튜브는 단연 시장지배자다. 하지만 디지털 뮤직 등 관련시장을 묶어 1개 시장으로 보면 빠져나갈 수 있다. 공정위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용역까지 발주했고 1년 가까이 그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문제는 공정위 제재가 확정되려면 수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음원시장의 ‘획정’은 아직 판례가 없다. 공정위 제재가 내려지면 구글은 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대법원 확정 절차도 남아 있다.
이 시간이면 겨우 버티던 국내 음원 사업자들은 아예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공정위 제재는 ‘실효 없는 제재’가 될 수 있다. 구글이야 과징금을 맞겠지만, 불법행위에 고사한 다른 음원사업자들은 구제할 길이 없다. 구글 입장에선 과징금 좀 내고 ‘나홀로 시장’에서 남는 장사를 계속 할 수 있다.
이는 플랫폼법 제정 필요성을 증명한 사건이기도 하다. 플랫폼법은 구글과 같은 공룡플랫폼업체를 지배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끼워팔기 등 4개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한다. 이 법이 있었다면 연구용역을 할 필요 없이 유튜브의 끼워팔기는 위법행위로 규정된다. 불법이 분명하니 구글이 아예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수십억 로펌비용을 들여 항소할 생각도 못할 것이다.
그만큼 플랫폼산업의 변화나 양태는 다른 산업과는 비교불가여서 기존 공정거래법만으론 ‘공정한 시장’을 지키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성홍식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