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계 소비자 심리 들여다 보니
지갑 얇아도 ‘자기만족 쇼핑’ 못끊어
딜로이트 “한국, 과시성 소비액 20개국 중 4위” … 임금 줄고 물가 올라도 지출 ‘그대로’
세계적으로 불황 속 고물가 상황에도 자기만족을 위한 ‘과시성 소비’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소비자 역시 ‘저임금 고물가’에도 지출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과시성 소비액으로 치면 세계 4위권이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은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딜로이트 컨슈머 시그날 인덱스’(인덱스) 를 8일 발표했다.
인덱스는 한국 포함 20개국 국가별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만들었다. 소비자 구매 우선순위와 구매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고 지수화해 추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지표다. 또 소비자 인플레이션 우려 지수, 소비자 재정적 웰빙 지수, 소비 의향 지수, 품목별 소비 의향, 과시성 구매 금액, 자동차 구매의향 등을 포함한다.
인덱스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많은 소비자들이 얇아진 지갑사정에 생활비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만족을 위해선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선 세계 소비자들 사이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는 작아지는 모양새다.
실제 딜로이트 ‘글로벌 소비자 인플레이션 우려 지수’는 최근 물가 둔화로 정체를 보였다.
이 지수는 2024년 4월 73.3%를 기록했는데 5월 72%로 하락했다. 미국은 79.9%에서 73%로 전월대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한국은 64.1%에서 65%로 소폭 반등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고물가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소비자 재정적 웰빙 지수’는 임금 정체와 물가반등 우려로 2024년 이후 하락세다. 2023년 상반기 102.3으로 2024년 5월 102.8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기간 재정적 웰빙 지수는 미국 100 한국 94.6에서 미국 98.4, 한국 90.6으로 두 나라 모두 낮아졌다.
현재 재정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 한국(35%)이 미국(37%)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미래 재정상황 개선 전망에 대해서 한국(33%)이 미국(42%)보다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의 다음달 예상지출 변동을 나타내는 ‘소비의향 지수’도 인플레이션 우려 증가와 재무 건전성 하락으로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5월 기준 세계전체 평균은 -3%였다. 한국은 0%을 기록했고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미국은 -16%를 나타냈다. 한국 소비자들은 종전처럼 지출하겠다는 입장인데 반해 미국 소비자들은 지출액을 크게 줄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금리인하 연기와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이어질 경우 추가적으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딜로이트 측은 내다봤다.
다만, 이런 절약 기조 지속에서도 한국과 미국 모두 저가 브랜드 상품 매출은 늘고 있다. 2023년 가성비를 앞세운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한국 매출은 전년 대비 17.5% 증가했을 정도다. 국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7% 늘었다.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품목별 소비의향’을 분석한 결과 식료품 구매와 주택 거주비용 부담에도 저축과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55세 이상 소비자는 다른 세대보다 저축과 투자에 관심이 높았다. 반면 18세부터 34세까지 젊은층들은 개성노출과 자기관리, 여가활동과 같은 ‘과시성 소비’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소비자 과시성 구매 금액’ 분석에 따르면 주로 프리미엄(고급) 주류 등과 같은 식음료 분야(한국 31%, 미국 46%)에서 과시성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식음료 과시성 구매액이 생활용품보다 3~4배 많았다.
과시성 소비 주요 동인을 묻는 질문에 미국의 경우 정서적 위안(23%) 스트레스 해소(16%) 실용성(12%)순으로 답이 많았다.
한국의 경우 정서적 위안(15%) 실용성(15%) 취미생활(13%)순이었다. 한국의 월 평균 과시성 소비금액은 59달러(한화 8만원)로 20개국 평균 41달러보다 많았다. 과시성 소비금액 부문에서 한국은 20개국 중 4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35달러로 15위였다.
딜로이트 그룹 관계자는 “2024년 들어 소비자들이 강한 경제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식음료를 중심으로 정서적 위안, 스트레스 해소와 실용성 등을 위한 과시성 구매에 나서는 행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은 개인 맞춤형 제품 등으로 지출 불안감을 줄이는 장치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초저가·초대형 상품은 물론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고가상품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