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찐팬' 겨냥한 팬덤 마케팅 효과

2024-07-09 13:00:01 게재

관심사로 뭉친 팬덤 영향력 활용해 제품 출시

‘코카-콜라 제로 체리’ ‘오뚜기 함흥비빔면’ 등

소비자 욕구충족과 제품 선택권 넓히는데 일조

유통업계에서 팬덤을 공략한 ‘패노크라시’ 마케팅이 활발한 모습이다. ‘패노크라시’(Fan-ocracy)란 팬(Fan)과 통치(-Ocracy)의 합성어로 ‘팬이 통치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소비자들이 SNS 상에서 정보 공유를 통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함에 따라 유통업계는 팬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팬덤 경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K팝과 캐릭터부터 먹거리까지 다양한 분야에 분포돼 있는 팬들의 요구를 제품에 반영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모델들이 코카-콜라 제로 첼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코카-콜라 제공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해외에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으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코카-콜라 제로 체리’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코카-콜라 제로 체리는 코카-콜라 고유 짜릿함과 달콤한 매력의 체리향 조합을 제로 칼로리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국내에서도 정식 출시 여부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았다. 해외에서 코카-콜라 제로 체리를 맛본 소비자들이 국내 출시를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제로 음료에 대한 높은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코카-콜라 네번째 제로 슈거제로칼로리 제품으로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코카-콜라는 앞서 소비자들이 제로 음료를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코카-콜라 제로와 함께 코카-콜라 제로 레몬, 코카-콜라 제로 제로를 출시한 바 있다.

제품 특성을 반영한 이미지 변화로 시각적인 차별화도 꾀했다. 기존 빨간색 코카-콜라 배경에 체리향이 더해진 특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체리를 연상시키는 진분홍색을 더했다. 코카-콜라 로고까지 이어지는 은은한 색번짐 효과로 코카-콜라 제로의 짜릿함과 체리의 화사한 만남을 표현했다.

코카-콜라는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서울내 주요 대학 캠퍼스를 비롯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와 성수일대에서 소비자 시음 행사도 진행했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시음행사를 통해 무더위 도심 속에서 시민들이 코카-콜라 제로 체리의 짜릿함과 달콤한 체리향을 즐겼다”며 “포토존에서 인생샷을 촬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 제로 체리는 LG생활건강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를 통해 마트 편의점 온라인몰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팬들 재출시 요구에 호응한 기업도 있다.

왼쪽부터 팬들 요청으로 재 출시된 오뚜기 함흥비빔면, 오리온 포카칩, 스윙치즈맛 공차 음료들. 사진 각사 제공

오뚜기는 소비자 요청에 힘입어 함흥비빔냉면 특유 쫄깃한 면발과 매콤한 맛을 구현해 큰 인기를 끌었던 ‘함흥비빔면’을 재출시했다. 2017년 출시된 바 있는 오뚜기 함흥비빔면은 함흥비빔냉면의 맛과 특징을 잘 재현했다는 호평 속에 다수의 팬층을 만들어냈던 제품이다. 최근까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고객상담실, 공식 SNS를 통해 재출시를 요청하는 소비자 접수가 수백건 이어지면서 재출시를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오리온은 감자의 담백한 맛과 치즈 맛이 잘 어우러져 많은 사랑을 받았던 ‘포카칩 스윗치즈맛’을 8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2016년 제품 라인업을 재정비하며 판매를 종료했으나 이후 공식 홈페이지와 SNS, 고객센터 등으로 소비자 재출시 요청이 쇄도하자 적극적인 요청에 힘입어 다시 출시하게 됐다.

오리온은 이 밖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 의견을 듣고 제품에 반영해오며 ‘태양의 맛 썬’ ‘치킨팝’ ‘배배’ ‘와클’ 등 재출시 요청에 지속적으로 부응해 왔다.

공차코리아는 5월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과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기 메뉴 10종을 엄선해 재출시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보답하기 위한 것으로 해당 메뉴를 상시로 출시하고 메뉴 선택지를 넓혀 고객 만족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재출시로 선보이는 메뉴는 프룻티&모어 음료 5종, 밀크티&스무디 음료 3종, 커피 메뉴 2종으로 구성됐다.

날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K팝 팬덤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환타는 4월 ‘라이즈’(RIIZE)를 새로운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고, ‘원해?환타!’라는 광고를 시작했다. 톡톡 튀는 환타 이미지와 어우러져 기존 소비자층은 물론 잘파세대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라이즈 소식을 가득 담은 ‘환타 타임즈’(FANTA TIMES)를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라이즈 멤버들 뒷이야기 이미지(비하인드 컷)를 개인적으로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화제가 됐다. 이외에도 잘파세대를 공략해 라이즈와 함께한 광고 캠페인 영상을 6초대 분량 숏폼 영상으로 편집해 코카-콜라 공식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채널에 공개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캐릭터 팬들 취향을 사로 잡는 굿즈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5월 다가올 여름 휴가철을 맞아 스누피를 포함해 친근한 캐릭터들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피너츠'(Peanuts)와 협업한 굿즈 3종을 출시했다. 이번 시즌 ‘여름으로 다이빙'을 테마로 시원한 여름 휴가를 즐기는 ‘피너츠’ 캐릭터들의 모습을 담았다. 더운 날씨 중 야외 활동에 유용한 ‘스누피 하우스 보냉백’과 ‘스누피 엠보 매트’를 비롯해, 다가올 장마철에 대비한 ‘스누피 투명 우산’ 등으로 구성됐다.

빽보이피자는 카카오프렌즈와 협업해 인기 캐릭터 ‘라이언’과 ‘춘식이’ 특징을 살린 ‘달달구리 꿀통고구마 피자’ 신메뉴를 선보였다. ‘춘식이’ 캐릭터가 좋아하는 고구마와 ‘라이언’이 선호하는 치즈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신메뉴 출시를 기념해 ‘달달구리 꿀통고구마 피자’ 구매 시 라이언과 춘식이가 그려져 있는 카카오프렌즈 키링 1개를 선착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팬덤이 새로운 강력한 소비자군으로 떠 올랐다”며 “브랜드에 형성된 팬덤을 활용한 기업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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