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세종보 재가동 놓고 갈등 장기화
정부, 정비 마치고 담수 준비
환경단체, 현장 천막농성 중
세종시에 위치한 금강 세종보 재가동을 놓고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금강 친수공간을 만들겠다는 정부·세종시와 금강 생태계만 파괴할 뿐이라는 야당·환경단체 등의 주장이 팽팽하다.
9일 세종시 환경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세종보 수리를 지난 5월 마치고 재가동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반면 지역 환경단체 등은 세종보 재가동을 막겠다며 보 주변 한두리대교 밑에서 지난 4월 30일 이후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세종보 재가동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금강 보 처리방안을 취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에 위치한 3개보 처리방안에 대해 ‘세종보 철거·공주보 부분철거·백제보 상시개방’을 결정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뀌고 1년 만에 금강 보 처리방안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후 환경부가 세종보 재가동 방침을 정했고 지난해 11월 세종보 정비에 들어갔다. 세종보는 2018년 이후 담수를 멈춘 상태였다. 30억여원을 투입해 시설 주위에 쌓인 흙과 모래를 제거하고 유압실린더 등 세종보 운영에 필요한 수문 장비를 교체했다. 함께 위치한 소수력발전 시설도 정비했다. 세종보가 사실상 현 정부의 4대강 보 정책의 상징이 된 셈이다.
2012년 가동을 시작한 세종보는 다른 금강 보 2개와 비교해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길이 348m로 한눈에도 소형이다. 수문도 눕고 일으키는 방식이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이 아니라 이전인 세종시 건설 당시부터 계획된 보다.
정부·세종시와 야당·환경단체의 주장은 팽팽하다. 양측 모두 상대편 행동을 ‘몽니’로 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종보 담수가 왜 필요한지가 쟁점이다. 현재 세종보는 세종시 신도시 즉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가로지르는 금강에 위치해 있다. 일단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는 이렇다 할 필요성이 없다. 식수 역시 마찬가지다.
남는 것은 세종시의 친수공간 조성이다. 세종시는 세종보 상류에 위치한 이응다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친수공간을 조성하겠다는 ‘비단강 금빛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가 수상레저사업이다. 이를 위해선 물이 필요하다. 특히 2026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준비 중인 세종시 입장에선 상징적인 관광명소가 필요하다.
세종시 관계자는 “이응다리 주변에 친수공간을 확보, 즐길거리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명소화할 계획”이라며 “금강과 행복도시 안의 호수공원 등을 연결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 등은 세종보 담수는 친수공간 확보는커녕 금강 생태계만 파괴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단체 등은 2018년 수문 전면개방 이후 세종보 주변 금강에 모래와 자갈, 여울이 드러나고 토건 개발을 피해 떠났던 야생생물들이 속속 돌아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세종보 전면개방 이전 금강에 대해 비판적이다. 금강이 수질악화와 녹조창궐, 수생물 떼죽음 등으로 몸살을 앓았고 강바닥 펄밭은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이 가득했다는 주장이다. 세종보를 다시 막을 경우 또 다시 수질이 악화돼 친수공간이나 관광명소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과 환경단체 등은 지난 5일 천막농성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보가 닫히면 강은 12년 전 이명박 정권 시대로 회귀하고 보 개방에 따른 자연성 회복의 증거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일단 홍수기를 지난 후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홍수기는 9월 20일까지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은 홍수 대응에 집중할 때”라며 “농성중인 분들의 안전을 염려해 대피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도훈 천막농성장 상황실장은 “언제 담수를 시작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재가동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 한 농성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