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속도 놓고 기재부와 KDI ‘미묘한 온도차’
기재부는 “경기회복 흐름 지속” 개선흐름 강조
국책연구소 KDI는 “내수가 관건” 신중한 진단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현 경기상황에 대해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경기회복세가 당초 전망보다는 빠르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다.
앞서 ‘경기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정부의 상황 판단보다 더 신중한 평가다. 특히 내수 회복흐름을 놓고는 양측이 엇갈린 진단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경기는 수출 회복세가 유지되며 개선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더 조심스러워진 KDI = KDI는 지난 8일 발표한 ‘경제동향 7월호’에서 경기 개선세가 ‘미약하다’는 표현을 썼다. 이번 KDI의 총평은 지난달과 비교해도 더 조심스럽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KDI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진단에서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보면 KDI의 경기진단은 ‘다소 개선’(경제동향 7월호)에서 ‘개선세 다소 미약’(경제동향 8월호)으로 부정적으로 선회한 셈이다.
KDI 경기진단이 부정적으로 선회한 가장 큰 배경은 ‘내수’다. 최근 내수 부진 문제를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말인 셈이다.
KDI는 특히 내수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고금리’를 지목하고 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5월에도 KDI는 보고서를 통해 “금리정책의 내수에 대한 파급의 시차를 고려해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수 부진은 다시 가계·기업의 빚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KDI는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소매판매·설비투자·건설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4월 말 기준 0.61%로 지난해 같은 달(0.41%)보다 0.2%p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0.4%로 전년 동월(0.34%) 대비 0.06%p 올랐다. 최근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5월 생산·소비·투자는 10개월 만에 한꺼번에 감소(전월 대비)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KDI가 이번 진단에서 ‘지정학적 긴장’에 대한 언급을 추가했다는 사실이다. KDI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의 위험요인도 상존한다”고 짚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하면서 국제 컨테이너선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평균 82.6달러에서 이달 초(1~4일) 86.5달러로 상승했다.
◆좀 더 낙관적인 정부 인식 = 반면 정부의 경기 인식은 KDI와 비교하면 좀 더 희망적인 편이다. 정부는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경기는 수출 회복세가 유지되며 개선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통상 정부 전망에는 ‘목표’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어려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낙관을 강조할 수는 있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지난달 그린북(최근 경제 동향)을 통해서도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경기 상황을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5월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된 지난달 28일에도 “전반적으로 주요 지표가 월별 변동성 차원에서 전월 개선에 따라 조정받았다”며 “견조한 수출 호조세로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기조는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
소비에 대해서는 “소비 지표는 5월 다소 둔화됐으나 6월 소비심리 반등·속보지표 개선 흐름 등을 고려할 때 분기 전체로는 보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오는 12일 기재부는 최근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경제 상황 판단을 내놓을 예정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