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탄핵 발의 우려 목소리
변협, ‘법치주의 위기대응 TF’ 구성 … 탄핵 남발 견제
헌법학회, ‘집단회’ 통해 탄핵 견제 아이디어 모으기로
최근 야권이 추진하고 있는 검사 탄핵소추안에 대해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치주의 위기’라며 대응책을 찾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한국헌법학회도 무분별한 견제 장치를 만들기 위한 ‘집단회’(자유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검사 탄핵소추에 대한 반발이 검찰에 이어 법조계로 확산되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김영훈 협회장)는 8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최근 국회에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데 대한 대응으로 ‘법치주의 위기대응 TF’라는 대응 조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이 TF는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탄핵소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탄핵을 추진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당장은 비판 성명서 발표부터 법률적 대응까지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협이 탄핵 남발을 저지하는 TF를 만든 것도 최근 검사 4인에 대한 탄핵 추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등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심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검사 4인의 탄핵소추안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검사들에 대해 제기됐다는 점에서 여당과 검찰이 ‘방탄 탄핵’이라는 반론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한변협은 “해당 검사들이 기소해 재판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외부적인 압력으로 작용해 재판의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본연의 임무인 수사와 공판업무 수행이 배제돼 재판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핵심판제도가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헌정질서와 삼권분립의 근간이 무너지는 상황이 이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치주의 수호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학자 900여명을 회원으로 둔 한국헌법학회(학회장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남발하는 탄핵소추를 견제할 장치를 논의할 ‘집단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집단회는 소수의 패널이 참석해 의견을 발표하는 세미나와 달리 헌법학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헌법학회는 집단회를 통해 무분별한 탄핵소추를 저지할 여러 견제 장치에 대한 생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의 권한인 탄핵소추에 대해 법조계가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잇따라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0년대 들어 가결된 탄핵소추안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뿐이었다. 21대 국회 이후 민주당 등 야권은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안동완·이정섭·손준성 검사 등 5건의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손 검사에 대한 심판 절차는 정지됐고 이 검사는 선고를 앞두고 있다. 다른 탄핵소추안은 각하되거나 기각됐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일 민주당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한 방탄탄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총장은 “이재명 대표라는 권력자를 수사하고 재판하는 검사를 탄핵하여 수사와 재판을 못 하게 만들고 권력자의 형사처벌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정을 국회로 옮겨와서, 피고인인 이재명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인 민주당 국회의원과 국회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사법부의 역할을 빼앗아와 재판을 직접 다시 하겠다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핵안은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 탄핵이라고 정의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