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채 상병 특검법’ 또 거부
정부, 오늘 국무회의서 재의요구 의결
야당 “민심 수용의지 보여야” 강력반발
정부가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해외순방중인 윤 대통령은 전자결재로 곧 재가할 방침이다. 이 경우 채 상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의 15번째 거부권 행사 법안이자, 지난 5월 21일에 이어 49일 만에 재차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 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는데 22대 국회 개원 후 재차 야권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에 올라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4일 24시간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통과 저지를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야당은 위헌성을 한층 더 가중시킨 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면서 “기존의 문제점들에 더해 ‘기한 내 미 임명시 임명 간주 규정’을 추가 시켰고 ‘특검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국회 재논의 요구의 불가피성을 밝히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간 대화와 합의의 정신이 복원되어,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종결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여당도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당 회의에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따라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지 37일 만에 기존 특검법보다 더 개악된 법안”이라며 “정치 공세로 정권에 흠집 내고 대통령의 재의 요구를 유도하는 정략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건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유족의 절규를 외면하고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르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박찬대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해병대원특검법은 흥정의 대상이 아닌 정의와 상식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쓴다면) 자신의 범죄 의혹을 덮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유화하고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수사결과가 미진하면 자신이 직접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때가 됐다”며 “특검법을 수용해서 민심을 수용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자신의 결백도 주장하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주말인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사회단체와 범국민대회를,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에는 국회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제 시선은 재표결과 수정안 가능성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재표결 관련해선 여당 국회의원 108명 중 8명 이상만 특검법에 찬성을 한다면 재의요구권 무력화가 가능해진다. 다만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수정안 가능성은 그보다는 높게 점쳐진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 임성근 전 사단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또 한번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수정안 필요성의 배경이 되고 있다.
김형선 이재걸 이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