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11 대 11’과 민주주의의 상식
‘찬성 11 대 무효 11.’
지난달 26일 치러진 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선거 결과다. 대전시의회 전체 의석수는 22석이다. 다수당 단독후보가 눈물까지 보이며 호소했지만 찬성은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고 의장선출은 무산됐다.
당초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당내 경선을 치러 단독후보를 선출했다. 국민의힘은 전체 의석수 22석 가운데 20석을 차지한 압도적 다수당이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2명을 제외하면 최소한 당내 9명이 무효표를 던진 것이다. 국힘은 무효표를 던진 의원들 색출에 나섰고 징계절차에 돌입했다.
대전시의회는 논란 끝에 지난 3일 2차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11 대 11’. 또 다시 무산이다.
잠깐, 여기서 대전시를 출입하는 기자라면 기시감을 느낄 것이다. 4년 전인 2020년 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선거로 돌아가보자. 더불어민주당은 22석 가운데 21석을 차지하고 있는 압도적 다수당이었다. 민주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했고 해당 후보는 의장 단독후보로 입후보했다. 결과는 ‘찬성 11 대 무효 11’이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1명이 무효표를 던졌다고 해도 민주당 내부에서 최소한 10명이 무효표를 던진 것이다. 이후 대전시의회는 4차 선거에 가서야 의장을 선출할 수 있었다. 3차까지 표결은 ‘11 대 11’이었다.
“한번이 우연이지만 두번은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과 정당만 바뀌고 과정과 숫자가 모두 똑같다.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시의회나 충남도의회에선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대전시의회 안팎에선 다양한 분석과 대안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압도적 다수당이라는 조건 자체가 당내 분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전시의회 선거는 한 정당의 싹쓸이가 반복돼왔다. 야당은 1~2석에 불과하다. 소수당에 주도권을 빼앗길 염려가 없는 만큼 분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연스럽게 ‘당내 경선 무용론’도 나온다. 어차피 압도적 다수당인데 불필요한 당내 경선이 왜 필요하냐는 주장이다. 후반기에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도마에 오른다. 지방선거를 2년 앞둔 의원들의 자리다툼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성과를 내려면 권력이 필요하고 감투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도구가 된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은 정치공학적 접근일 수 있다. 문제는 상식이다. 더 4년 전인 2016년 후반기 의장선거 당시 다수당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본선에 출마, 경선승리 후보를 꺾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찌보면 대전시의회의 ‘11 대 11’의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
정당한 선거절차에 따른 결과에 대한 승복이 민주주의의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