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리튬에 대한 오해와 이해

2024-07-10 13:00:02 게재

‘마음의 감기’로 알려진 우울증은 슬프고 희망이 없고 무기력한 기분이 지속되는 증상인데 자살자의 90% 이상이 이 증상 때문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반대로 세상이 모두 자기 것 인양 행복감에 도취되어 극도로 흥분된 상태를 ‘조증’이라 하는데, 이러한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혹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양극성장애 즉 ‘조울증’이라 부른다.

이는 현대인의 대표적 정신질환 중 하나지만 드물게 조증은 뇌 신경세포를 자극해 창의력을 극대화시켜 천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권총으로 자살한 네덜란드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 작가 버지니아 울프, 철학자 니체, 작곡가 모짜르트와 헨델 등이 조울증을 앓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병의 특효약이 ‘리튬’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고대에도 리튬이 조울증 치료에 이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2세기경 산부인과 창시자라 알려진 에페소스의 의사 소라누스는 리튬이 함유된 광천수를 마시게 하고 목욕시킴으로써 이를 치료했다. 물론 리튬이 치료효과가 있는지는 몰랐겠지만 우연히도 그 지역의 광천수에 알칼리성 리튬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음이 밝혀졌다. 이렇듯 리튬은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약으로 사용되어 왔는데 약효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은 1949년 호주 의사 존 케이드에 의해서다.

전자이동 쉬워 충방전 빠르지만 위험

리튬은 알칼리 금속 1족 원소로 원자번호 3번, 기호 Li, 원자량 7이며, 근대에 이르기까지는 대부분 윤활제나 강화유리를 제작하는데 사용되었다. 1929년 대공황 직전 리튬을 첨가시킨 탄산음료 세븐업(7UP)은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공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앓았던 조울증을 리튬이 치료했을 것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다.

현재 리튬은 배터리의 소재로서 천하통일을 이룬 원소다. 전동화가 가속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서 리튬은 ‘하얀 석유’로 불리며 대표적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는 주로 니켈을 이용한 니켈-망간, 니켈-카드뮴 배터리가 대부분이었다. 이 배터리는 용량도 적을 뿐 더러 소위 ‘메모리 효과’라는 것이 있어 완전방전과 충전을 하지 않으면 충전 용량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생겼다.

그러나 2000년 들어 휴대전화가 보편화되고 노트북의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며 고효율 배터리의 소재개발이 필요함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리튬이다. 그러나 리튬은 안정성이 매우 낮은 단점이 있다. 뾰족한 물체와 접촉하거나 물에 닿으면 폭발하거나 불이 붙는 문제가 그것이다.

리튬 이온은 충전될 때 음극으로 이동되고 방전될 때 양극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충전시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지다가 완충이 되면 가장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화재위험도 높아진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리튬을 사용하는 이유는 가볍고 반응성이 뛰어나며 전자를 쉽게 내놓아 전기전도도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높은 전압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고, 수소 다음으로 작은 양이온이라 빠른 전자이동이 가능해 충전과 방전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오히려 위험한 것이다. 리튬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은 화재의 대표적 원인이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가 과충전 및 과방전, 외부 가열, 외부 충격, 소재 열화, 제조 결함 등으로 너무 다양해 한두가지로 좁히기는 어렵다.

화성 리튬 배터리 폭발 참사, 지하철 3호선 리튬 배터리 화재, 제주도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화재 등 최근 15일 사이에 리튬 배터리 사고가 세 건이나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리튬 배터리 취급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사고 이후 3분 이내에 탈출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현실적 데이터가 대두되기도 한다.

리튬 안정성 담보할 기술확보가 과제

이러한 리튬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나트륨과 칼륨을 연구하고 있다. 칼륨은 값싸고 풍부하며 전기전도도도 높으나 반응성이 높아 폭발이나 불이 쉽게 붙는 문제가 있다. 나트륨은 소금을 구성하는 원소로 리튬보다 500배 이상 풍부해 이상적인 소재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 두 소재 모두 적합한 양극재와 음극재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결론은 아직까지는 리튬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의 장점을 가진 소재가 없다는 점이고 이를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리튬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술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과 확보다.

윤경용

페루 산마틴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