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급진적 환경변화와 정책변화
‘증분적 정책변화’란 기술혁신에서의 증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과 같이 기존의 정책궤적을 벗어나지 못한 채 해당 정책궤적의 연장선상에서 정책적 진보를 모색하는 정책변화를 의미한다. ‘급진적 환경변화’란 기술혁신에서의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과 같이 기존의 궤적을 벗어나서 새로운 궤적이 형성되는 환경변화를 의미한다.
2020년대 이후 급진적 인구 감소와 인력의 질적 변화 겪어
2020년대 들어 우리가 겪고 있는 국내외 환경변화는 가히 급진적이다. 여러 가지 급진적 환경변화가 있지만 그중 우선 우리나라의 인력 측면을 보자.
첫째 인력의 양적 감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그동안 급격하게 감소해 1983년에 대체수준(2.10명) 아래인 2.06명으로 떨어졌으며, 2023년 0.72명으로 낮아졌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정책목표인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을 달성하더라도 총인구는 2025년 5175만명에서 2070년 3771만명으로 약 2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는 약 50% 감소해 2070년에 1791만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같은 전망은 이민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변화 없이 정부의 저출산육아 대응정책만으로는 급진적인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현재 우리에게 국적법과 출입국관리법은 있지만 이민에 관한 기본법 성격의 이민법은 없는 상태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맞는 이민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근거한 이민정책의 마스터플랜 수립과 이민청 설치와 같은 급진적 정책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둘째 인구의 급속한 양적 감소와 함께 인력의 질적 측면에서의 변화도 급진적이다. 예컨대 이공계 인력의 국내유입과 국외유출 규모의 경우 2010년 이후 연평균 4000명(국내 유입) 대 3만명(국외유출) 수준이다. 또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는 2021년 24위에서 2023년 36위로 추락했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 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대학원을 마친 인공지능(AI) 인재의 약 40%가 해외로 나갔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을 떠나는 과학 인재들의 과학저널 기여도는 2022년 기준 점수는 1.69인데 이는 프랑스(1.66) 캐나다(1.65) 오스트리아(1.67) 일본(1.55)보다 높다. 즉 우리나라 우수 인력들이 타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반면 한국으로 유입된 외국 인재의 점수(질적 우수성)는 1.41로 미국(2.16)보다 한참 뒤처졌고, 중국(1.52) 프랑스(1.66) 오스트리아(1.74)보다도 낮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우수 이공계 인력의 해외유출을 막는 정책과 함께 우수 외국인 이공계 인력의 국내유입을 촉진하는 정책도 급진적으로 개발 시행해야 한다.
급진적 환경변화에는 급진적 정책변화로 대응해야
이와 관련 최근의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가 제안하고 있는 일본식 이민제도보다 독일식 이민제도를 우리는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은 많은 시사점을 보여준다. 18~19세기에는 영국과 독일이 그리고 20~21세기에는 미국이 급진적 혁신을 많이 이루어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상대적으로 증분적 기술혁신을 많이 이루어냈다.
급속한 고령화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가 과연 급진적 정책변화를 도모해 일본의 길에서 벗어나서 미국(양적으로도 이민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고 질적으로 우수한 인력들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유입초과국)과 독일과 같은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해 국가적 결정을 해야 한다. 급진적 환경변화에는 급진적 정책변화로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이민 등 인구정책을 총괄하기 위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