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업자와 체결한 ‘이자약정 무효’ 법안…불법사채 피해 근절 제도화

2024-07-10 13:00:01 게재

‘경제적 이익’ 박탈, 22대 국회에서 첫 발의

‘취약계층 지원 확대’ 법안도 함께 논의해야

불법사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 미등록 대부업자(불법사채업자)와 체결한 이자약정을 무효로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21대 국회에서도 논의가 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경기침체 여파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이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이면서 취약계층(저신용·저소득자)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해 불법사채 평균 이자율이 535%에 달한다고 밝혔다.

9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등록대부업자와의 이자약정 전부를 무효로 하고, 등록 대부업자라도 법정 최고금리(연 20%) 이상의 이자를 수취한 경우 이자약정을 무효로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민 의원은 “미등록대부업자는 불법으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 적발시에도 ‘이자제한법’에 따른 최고이자율 수준의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미등록대부업자와의 이자약정 전부를 무효로 해서 미등록대부업자가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기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부업체 등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불법사채업자와의 이자약정을 무효로 하는 법률 개정안이 9일 발의됐다. 사진은 서울시내 거리에 놓여진 대부업 광고물.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21대 국회에서 법제화 실패, 금융당국은 무효 소송 지원 = 21대 국회 당시 정부는 미등록 대부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이율을 연 6%(상사 법정 이율)로 제한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연체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 다시 대부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고 대부계약서를 거래상대방에게 교부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계약을 무효로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불법사금융 피해 근절을 위한 개정안이 법제화되지 못하면서 금융당국은 채무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일상을 파괴하는 반사회적 대부계약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대부업자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든 대부업 등록대상에 대해 순자산액 요건을 3억원 이상으로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순자산액 요건을 1억원 이상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대부업 등록 자기자본(법인이 아닌 경우 순자산액) 요건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법인은 5000만원 이상, 개인은 1000만원 이상이다. 금융위원회 등록대상은 3억원 이상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연 15%로 낮추는 내용의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은 각각 연 27.9%, 연 25% 이하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최고이자율을 정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현재 시행령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췄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을 크게 줄이고 상당수 업체는 신규 영업을 중단하면서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취약계층이 급증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15%로 낮아지면 2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들마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서민금융지원 확대 입법 병행해야 = 불법사금융 피해 근절을 위한 대부업 개정안은 자칫 생계비마저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자금 조달 통로를 막는 의도하지 않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불법사금융 차단과 함께 서민금융지원 확대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22대 국회에는 서민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법률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회사 휴면예금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의무적으로 출자하도록 하는 내용의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지난달말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휴면예금 출연 의무화로 서민금융 지원 재원을 더 확보해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두텁게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휴면예금 등의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상호금융의 경우 출연 협약을 체결한 사례가 전무한 상황이고, 휴면예금 등과 그 운용수익을 자사의 수익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원권리자에게 휴면예금 등을 찾아주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휴면예금은 은행 및 저축은행 등의 예금, 적금 등이 약정에 따라 소멸 시효(은행예금은 무거래 5년)가 완성된 이후에 찾아가지 않은 예금을 말한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한 휴면예금은 2500억원 가량 된다.

일본은 금융회사들이 휴면예금을 예금보험공사에 의무적으로 출연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다.

이와함께 천준호·강준현·한민수 의원은 각각 은행의 서민금융보완계정 출연비율을 높이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서민금융보완계정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신용보증을 통해 서민에게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정부 출연금, 금융회사 출연금, 정부가 관리ㆍ운용하는 기금으로부터 받는 차입금 등으로 조성된다.

현재 은행들은 출연비율 상한선(0.1% 미만) 내에서 출연기준대출금(정책서민금융) 월중 평균잔액에 0.03%를 곱해서 출연금을 내고 있다. 강 의원과 한 의원은 출연비율을 현재 연 0.03%에서 연 0.06% 이상으로 하한을 2배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천 의원은 출연비율을 0.07%로 더 올리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금융지원 관련 여러 법안들의 발의된 만큼 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부작용이 덜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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