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과 한국무역 ②

한국의 대중국 수출, 반도체 하나에 '울고 웃어'

2024-07-10 13:00:03 게재

반도체 회복에도 적자 못 벗어나는 이유

대미국 무역흑자는 자동차가 64% 차지

올해 들어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반등했지만 대중국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대중국 무역수지가 흑자 전환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대중국 무역적자는 1992년 이후 31년만의 일이었다.

◆대중국 수출, 다양한 산업 육성 시급 =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6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615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6.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220억달러로 36.6% 늘었다.

반도체 수출증가가 중국 전체 수출을 견인한 셈이다. 대중국 수출중 반도체 비중은 35.7%에 달했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2022년 521억달러에 달했으나 미국이 대중국 제재에 한국의 동참을 압박하면서 2023년 361억달러로 급감(-30.6%)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444억달러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역대 1~2위였던 2021년(1629억달러)과 2018년(1621억달러) 반도체 수출은 각각 502억달러, 522억달러로 500억달러를 넘겼다.

2021년과 2018년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243억달러, 556억달러에 달했다. 정부가 올해 반도체 수출회복을 대중국 흑자전환 기회로 여겼던 근거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반도체 외에 다양한 산업의 육성이 절실함을 보여준다.

1~5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상위 5개 품목은 반도체에 이어 △합성수지(28억달러) △무선통신기기(21억달러) △평판디스플레이(20억달러) △기초유분(19억달러) 순이다.

하지만 반도체와 석유화학, 정밀기계, 석유제품 외에는 뚜렷한 흑자품목이 없다. 이 기간 반도체는 186억달러를 수출하고 92억달러를 수입해 94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은 흑자규모가 53억달러(수출 70억달러, 수입 17억달러)에 달했다. 정밀기계와 석유제품도 각각 17억달러(수출 20억달러, 수입 3억달러), 13억달러(수출 14억달러, 수입 1억달러) 흑자를 냈다.

이 외에 철강(32억달러) 생활용품(26억달러) 산업용 전자제품(22억달러) 전기기기(19억달러) 섬유(19억달러) 정밀화학(15억달러) 농산물(10억달러) 자동차(8억달러) 산업기계(5억달러) 수산물(4억달러) 비금속광물(3억달러) 등은 적자였다.

◆중간재 수출기지로 중국역할 축소 = 이처럼 반도체 수출 회복에도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반도체 이외에 중국을 압도할 수 있는 품목이 없는데 기인한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외에 한국의 대중국 수출 주력품목은 석유화학 석유제품 플라스틱 철강 등 장치산업에 국한돼 있다”며 “즉 기술력 보다 자본력과 습득 기간만 있으면 따라올 수 있는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중간재 자급률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그 결과 한국의 중간재 수출기지로서 중국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대중국 중간재 수출액은 전년보다 19.9% 감소한 1043억달러로 집계됐다. 대중 중간재 수출 비중은 2020년 29.3%에서 지난해 24%로 5%p 떨어졌다.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2019~2022년 39~40%를 오르내리다가 2023년 36.6%로 감소한 이후 올해 상반기 35.5%로 더 줄었다.

대신 대홍콩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같은 기간 18.3%에서 21.2%로 2.9%p 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중 패권경쟁이후 미국의 제재에 따른 영향으로 관측된다.

홍콩교역의 특징이 중계무역인 점을 고려하면 대홍콩 반도체 수출의 상당액은 중국을 향한 우회수출로 보인다.

중국과 홍콩으로의 반도체 수출비중을 합하면 2023년 54.9%에서 1~5월 56.7%로 오히려 1.8%p 늘었다.

◆반도체 기계 전자 철강 미국서 흑자 = 1~6월 우리나라의 대미국 수출은 624억달러로 전년대비 18.1%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로 중국(19.0%)을 앞질렀다.

대미국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자동차다. 대미 자동차수출은 전년동기대비 29.8% 증가한 185억달러를 수출했다.

우리나라의 1~6월 자동차수출 총액은 370억달러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실적을 달성했는데 대미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 것이다.

1~5월 기준 우리나라의 대미국 품목별 수출비중은 자동차가 29.6%(158억달러)로 가장 많고 △반도체 6.8%(36억달러) △자동차부품 6.8%(35억달러) △석유제품 4.1%(22억달러) △기타 기계류 2.6%(14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품목별 무역수지는 자동차가 148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체 흑자(232억달러)의 63.8%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반도체(23억달러) 산업기계(26억달러) 가정용전자제품(17억달러) 철강(17억달러) 기초산업기계(14억달러) 석유화학(14억달러) 기타 기계류(13억달러) 전기기기(10억달러) 플라스틱제품(7억달러) 등 상당수 품목이 흑자를 기록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 실장은 “대미교역은 보완적 수출입구조이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큰 것도 사실”이라며 “현지화와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하며, 여러 지역과 무역규범 협력을 강화해 수출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규범은 최근 트랜드인 공급망, 친환경, 탄소중립, 디지털, 국제표준 등의 논의에 적극 참여해 각 수입국이 원하는 국제기준에 맞추어 다변화를 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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