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뒤덮은 여당 전대…‘진중권-김 여사 통화’ 새 변수

2024-07-10 13:00:02 게재

9일 첫 TV토론에서도 ‘김 여사 문자’ 공방만 되풀이

진 “김 여사와 57분 통화, 주변서 사과 말렸다고 해”

1 대 3으로 편 갈라 싸우는 모양새가 계속됐다. 비전 대신 ‘김건희 여사 문자’를 놓고 입씨름하는 모습도 되풀이됐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실시된 TV토론도 새로운 팩트 없이 문자 공방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여권 내에서 ‘최악의 전당대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날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김 여사와의 통화를 근거로 한 새 증언을 내놓아 문자 공방의 변수로 부각됐다.

토론 준비하는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경원(왼쪽부터),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9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에 참석,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첫 TV토론에서 4명의 후보는 1(한동훈) 대 3(나경원·윤상현·원희룡)으로 나뉘어 한 후보를 집중 공략하는 구도를 반복했다. 3명의 후보들은 한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을 깨려는 전략으로 읽혔다.

이들은 이날도 ‘김 여사 문자’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지금껏 ‘김 여사 문자’를 놓고 공세를 주도했던 원 후보는 이날은 “당 선관위에서 다툼을 중단해달라고 했다”며 문자를 꺼내지 않았지만, 한 후보와의 입씨름은 더 치열했다.

나·윤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문자 공세를 퍼부었다. 나 후보는 “문자 원문을 보면 김 여사가 사과 의사를 명백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공적·사적을 떠나서 당사자 의사가 제일 중요한데 당사자 이야기를 듣지 않고 소통을 단절한 것은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이다”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를 당무 개입, 국정 농단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한 후보를 비판했다.

윤 후보는 “내가 아는 형수님이 5번 문자를 보냈다면, 아무리 공적으로 따지더라도 ‘공적으로 논의해 답을 드리겠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 정치란 게 뭔가. 인간 자체가 돼야 한다” “수십 년간 모셔왔던 형님이고 형수님이고, 넥타이 받고 반찬 받고 했는데 정치 이전에 인간의 감수성 문제”라고 공격했다.

한 후보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후보는 “당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공개적인 지적을 한 상태였고, 대통령실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었다” “사적인 연락으로 답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 여사는 이후에 (윤 대통령의) KBS 대담 때도 사과를 안 했고, 지금까지 사과를 안 하고 있다. 사과할 의사가 있으면 나한테 허락받을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과 김 여사 이슈에 관해 논의가 있었다. 윤 대통령은 사과가 필요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사과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는 대목은 새롭게 등장한 내용이다.

한 후보와 원 후보는 문자 대신 고물가와 공천 개입 의혹을 놓고 맞붙었다. 원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총선 당시 고물가, 고금리로 바닥 민심이 너무 안 좋았다. 대표가 되면 총선 때 못 잡은 물가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고 질문했고, 한 후보는 “원 후보가 마지막에 나를 불렀을 때 금리나 이런 말은 안 하고, 삼겹살 같이 먹자고 했다”고 반격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제기한 자신 가족의 공천 개입 의혹을 캐물었다. 한 후보는 “어떤 가족이고 어떤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인지 말해 달라. 누군지 말 못 하고 근거 없으면 여기서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원 후보는 당 선관위의 ‘다툼 중단’ 당부를 핑계 삼아 입을 닫았다. 한 후보는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지만 원 후보는 “언급 안 하겠다”고만 답했다.

후보들은 10일 오후에는 부산에서 2차 합동연설회를 갖는다. 이날 연설회에서도 후보들은 비전 경쟁보다는 문자 논란 등을 놓고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이대로 전당대회를 끝내면 당은 두 동강 날 것” “전당대회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10일 SNS를 통해 ‘김 여사 문자’ 논란과 관련, 김 여사 입장을 직접 들었다고 밝혀 주목된다. 진 교수는 이날 “지난 총선 직후 거의 2년 만에 김 여사한테 전화가 왔다. 기록을 보니 57분 통화한 것으로 되어 있다”며 “당시 여사는 대국민사과를 못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다. 자신은 사과할 의향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극구 말렸다고 했다. 한 번 사과를 하면 앞으로 계속 사과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결국 정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논리로…”라고 전했다. 진 교수는 “지금 친윤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당시 내가 여사께 직접 들은 것과는 180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여사께 묻지요. 제가 지금 한 말 중에 사실에 어긋나는 내용이 있냐”며 글을 마무리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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