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뒤덮은 여당 전대…‘진중권-김 여사 통화’ 새 변수
9일 첫 TV토론에서도 ‘김 여사 문자’ 공방만 되풀이
진 “김 여사와 57분 통화, 주변서 사과 말렸다고 해”
1 대 3으로 편 갈라 싸우는 모양새가 계속됐다. 비전 대신 ‘김건희 여사 문자’를 놓고 입씨름하는 모습도 되풀이됐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실시된 TV토론도 새로운 팩트 없이 문자 공방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여권 내에서 ‘최악의 전당대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날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김 여사와의 통화를 근거로 한 새 증언을 내놓아 문자 공방의 변수로 부각됐다.
9일 첫 TV토론에서 4명의 후보는 1(한동훈) 대 3(나경원·윤상현·원희룡)으로 나뉘어 한 후보를 집중 공략하는 구도를 반복했다. 3명의 후보들은 한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을 깨려는 전략으로 읽혔다.
이들은 이날도 ‘김 여사 문자’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지금껏 ‘김 여사 문자’를 놓고 공세를 주도했던 원 후보는 이날은 “당 선관위에서 다툼을 중단해달라고 했다”며 문자를 꺼내지 않았지만, 한 후보와의 입씨름은 더 치열했다.
나·윤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문자 공세를 퍼부었다. 나 후보는 “문자 원문을 보면 김 여사가 사과 의사를 명백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공적·사적을 떠나서 당사자 의사가 제일 중요한데 당사자 이야기를 듣지 않고 소통을 단절한 것은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이다”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를 당무 개입, 국정 농단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한 후보를 비판했다.
윤 후보는 “내가 아는 형수님이 5번 문자를 보냈다면, 아무리 공적으로 따지더라도 ‘공적으로 논의해 답을 드리겠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 정치란 게 뭔가. 인간 자체가 돼야 한다” “수십 년간 모셔왔던 형님이고 형수님이고, 넥타이 받고 반찬 받고 했는데 정치 이전에 인간의 감수성 문제”라고 공격했다.
한 후보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후보는 “당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공개적인 지적을 한 상태였고, 대통령실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었다” “사적인 연락으로 답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 여사는 이후에 (윤 대통령의) KBS 대담 때도 사과를 안 했고, 지금까지 사과를 안 하고 있다. 사과할 의사가 있으면 나한테 허락받을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과 김 여사 이슈에 관해 논의가 있었다. 윤 대통령은 사과가 필요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사과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는 대목은 새롭게 등장한 내용이다.
한 후보와 원 후보는 문자 대신 고물가와 공천 개입 의혹을 놓고 맞붙었다. 원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총선 당시 고물가, 고금리로 바닥 민심이 너무 안 좋았다. 대표가 되면 총선 때 못 잡은 물가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고 질문했고, 한 후보는 “원 후보가 마지막에 나를 불렀을 때 금리나 이런 말은 안 하고, 삼겹살 같이 먹자고 했다”고 반격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제기한 자신 가족의 공천 개입 의혹을 캐물었다. 한 후보는 “어떤 가족이고 어떤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인지 말해 달라. 누군지 말 못 하고 근거 없으면 여기서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원 후보는 당 선관위의 ‘다툼 중단’ 당부를 핑계 삼아 입을 닫았다. 한 후보는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지만 원 후보는 “언급 안 하겠다”고만 답했다.
후보들은 10일 오후에는 부산에서 2차 합동연설회를 갖는다. 이날 연설회에서도 후보들은 비전 경쟁보다는 문자 논란 등을 놓고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이대로 전당대회를 끝내면 당은 두 동강 날 것” “전당대회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10일 SNS를 통해 ‘김 여사 문자’ 논란과 관련, 김 여사 입장을 직접 들었다고 밝혀 주목된다. 진 교수는 이날 “지난 총선 직후 거의 2년 만에 김 여사한테 전화가 왔다. 기록을 보니 57분 통화한 것으로 되어 있다”며 “당시 여사는 대국민사과를 못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다. 자신은 사과할 의향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극구 말렸다고 했다. 한 번 사과를 하면 앞으로 계속 사과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결국 정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논리로…”라고 전했다. 진 교수는 “지금 친윤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당시 내가 여사께 직접 들은 것과는 180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여사께 묻지요. 제가 지금 한 말 중에 사실에 어긋나는 내용이 있냐”며 글을 마무리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