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잇단 ‘탄핵’ 강수… 약일까 독일까
역풍 우려도 … 당내 속도조절·신중론 꿈틀
“탄핵사유 불명확하면 탄핵 추진하지 않아야”
더불어민주당이 검사 4명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 일정을 확정하는 등 빠르게 ‘탄핵 열차’에 올라타는 것에 대한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 주도로 ‘법대로’를 내세워 탄핵을 이어가다가 자칫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면서 독주 이미지만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론에 앞서 가지 않는 ‘신중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10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검사 4명에 대해서는 법사위 조사를 통해 탄핵사유를 정밀하게 다듬겠다는 것이고 이들에 대한 탄핵은 이미 민주당이 당론으로 소추안을 내놨기 때문에 추진하겠다는 의미”라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 청원과 관련해서는 청문회 등을 거쳐 탄핵할지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전날 법사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청원과 관련해 2차례의 청문회를 갖기로 했다. 19일엔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26일엔 ‘김건희 여사 국정농단 의혹’을 집중 추궁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김 여사 모녀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장치로 헌법과 법률로 주어진 ‘탄핵소추’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탄핵’카드를 너무 많이, 자주 쓰는 것이 국민 여론에 부정적으로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사 탄핵과 관련해서는 이미 국회에서 법사위에 회부돼 법사위에서 조사 할 것이기 때문에 검찰이나 관련되신 분들이 법사위에 출석해 충분히 잘 소명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만약 그 과정에서 그들의 일부 위법행위가 있었지만 그게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다고 해서 탄핵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중대한 위반이어야 된다”며 “민주당도 그걸 보고서 신중하게 판단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속도를 높일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미냐”는 진행자의 말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로 검사 4명 탄핵 사유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따질 만큼 명확하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수원지검 박상용 부부장에 대한 탄핵사유로 ‘이화영 허위 진술 회유 및 강제’를 제시했고 엄희준 부천지청장에겐 ‘한명숙 모해 위증 교사’, 강백신 수원지검 차장검사에겐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수사 중 피의사실 공표’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김영철 서울 북부지검 차장검사는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에 대한 대기업 협찬 사건,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뇌물성 전세권 설정 사건,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사건 봐주기식 수사와 무혐의 처분’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 4명의 검사를 ‘탄핵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탄핵소추안에 첨부된 참고자료에는 언론 기사 외에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았다”고 했다.
법조인출신의 곽상언 의원은 4명 중 1명의 검사 탄핵과 관련해 “찬성 혹은 반대로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없었다”며 “당연히 추후 법제사법위원회의 탄핵 조사를 통해 탄핵사유가 충분히 밝혀지면 최종 표결에서도 마땅히 찬성으로 표결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 역시 “법사위로 넘기는 걸 의결한 거지 법사위에 넘겨서 다시 본회의 왔을 때 무기명 비밀투표를 해야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