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TV홈쇼핑 숨통까지 조여서야
“TV홈쇼핑, 이젠 사양산업입니다.”
최근 점심자리를 같이 한 홈쇼핑회사 부장 말투엔 비장함이 묻어났다. 앞뒤 재지도 않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홈쇼핑업계가 몰락할 거라고 단정한 것이다.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송출수수료 때문에 숨이 컥컥 막힌다”고 털어놓았다. “왜 그러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장광설을 늘어 놓는다.
거두절미하자면 ‘홈쇼핑 시청자 수는 갈수록 줄고 있는데 송출수수료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손님은 안오는 데 임대료만 치솟는 ‘동네식당’ 처지와 다를 게 없다는 푸념이었다.
그의 말대로 홈쇼핑업계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건 틀림없어 보인다. 당장 통계수치를 봐도 그렇다.
방송통신위원회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과 한국TV홈쇼핑협회 ‘2023년도 TV홈쇼핑 산업 현황’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법인(7개 채널과 겸영 데이터홈쇼핑 5개 채널)의 지난해 합산 송출수수료는 1조9375억원에 달한다. 전년과 비교해 1.6% 늘어난 수치다. 송출수수료란 TV홈쇼핑사가 케이블TV 위성TV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그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송출수수료는 해마다 오르면서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2019년 홈쇼핑 방송매출액은 3조1462억원이었지만 이듬해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엔 2조7290억원까지 줄었다. 2012년(3조286억원) 이후 최저치다. 전년대비 매출액 감소율은 2020년 1.8%, 2021년 2.5%, 2022년 3.7%, 2023년 5.9%였다.
이러다 보니 방송매출 중 송출수수료 비중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방송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2020년 사상 처음 50%를 넘었다. 이듬해인 2021년 60%를 돌파했다. 지난해 이 수치는 71%까지 치솟았을 정도다. 방송으로 1000원을 벌어들인다면 710원을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내줘야 한다는 의미다.
수익성은 당연히 좋을 리 없다. TV홈쇼핑 7개 법인 영업이익은 2020년 7443억원 을 기록한 후 3년 연속 감소세다. 2021년 6020억원, 2022년 5026억원에 이어 지난해 3270억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3년새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셈이다.
홈쇼핑업계는 최근 생뚱맞게 건강기능식품사업을 벌이고 있다. 내부적으론 경쟁업태인 라이브커머스(온라인 생방송 판매)도 키운다. 인공지능에 숏폼(짧은동영상)까지 할수 있다면 뭐든 한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홈쇼핑이 ‘새로운 기술·사회에 적응 못하고 점차 쇠퇴’하는 사양산업 길을 밟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송출수수료 때문에 스러지는 건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숨통은 틔워줘야 한다.
고병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