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중일 FTA의 경제·안보적 의의

2024-07-11 13:00:01 게재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24년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높은 수준의 포괄적 전략동반자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미중 대립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해 온 한국이 설상가상 새로운 안보 위험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월 27일 서울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재개하기로 선언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눈에 띈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4을 차지하고, 세계 제조업의 약 40%를 점유하는 한중일 간 FTA 협상의 재개 소식은 해외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중일 FTA 협상 재개, 해외로부터도 큰 관심

싱가포르 홍콩 미국 인도 등에 주재하는 해외 전문가들의 한중일 FTA에 관한 전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이미 ‘죽음의 종소리’가 울리고 있다고 보는 ‘부정적 견해’와, FTA를 추진하려는 3국의 정치적 의지는 있지만 경제적 이해관계의 복잡성과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협상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제한적 긍정 견해’, 이를 반박하는 ‘긍정적 견해’가 있다.

부정적 견해는 ‘한중일 3국이 함께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2022년 1월 발효되면서 한중일 FTA의 경제적 타당성이 미약해졌고, 중국을 제외하고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동력이 거의 없음’을 근거로 든다.

제한적 긍정 견해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안보 메커니즘으로서의 가치는 제한적이지만 FTA 협상 재개는 모든 당사자에게 긍정적이다. 하지만 3국의 경제 및 무역 규모가 크고, 한국과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무역 및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방해 압력이 커질 것이므로 협상은 장기적일 수밖에 없다’라는 주장이다.

긍정적 견해는 ‘협상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나 상호 이익이 분명하고 위험이 낮은 서비스업 등을 대상으로 먼저 FTA를 체결하고 나중에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유연한 전략을 택할 수 있다. 또 한중일 FTA가 희토류, 흑연 등 중요 광물의 국제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3국 협력을 제고할 수 있다면 미국에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한중일 FTA는 현재 한국이 처한 경제 및 안보의 이중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 한중일 3국의 역내 무역의존도는 한국 일본 중국의 순으로 높은데, 이는 3국 중 한국이 가장 많은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중러·북러연대에 이은 북중러 3국연대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정적 견해는 서울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가 한중일 FTA의 규범 수준으로서 RCEP 플러스를 제안한 사실과, 또 한국과 중국이 내년 10주년을 맞이하는 한중 FTA의 업그레이드 협상을 개시하기로 한 사실을 경시하고 있다.

중국이 적극적인 지금이 바로 적기다. 역내 무역의존도가 가장 낮은 중국은 미중대립의 격화로 인한 고립을 완화하려는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태도를 바꾸었다. 이는 지금이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의미한다.

상호 호혜 및 정경분리의 원칙, 이념보다 우선해야

세부 전략으로서 한일 FTA의 동시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일 FTA는 그 자체로도 필요하지만 한중일 FTA 협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존하는 한중 FTA를 제외한 중일 FTA와 한일 FTA 중에서 일본에 더 유용한 것은 상호무역의존도가 더 높은 한일 FTA일 것이다.

그 어떤 협상 전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호호혜 및 정경분리의 원칙을 이념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이념은 가상이고 실용은 현실이다. 지경학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브렉시트를 감행한, 즉 인접한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인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의 쇠락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임종식 지경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