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사전청약사업 취소 '올해만 1500가구' 넘어
1만2천가구 본청약 ‘아직’
사전청약 피해자 대책 촉구
공공택지에서 민간 사전청약을 접수한 단지들이 갑자기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전청약 취소 단지는 올해 들어서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5곳이다. 더욱이 사전청약을 받고서 아직까지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단지는 24곳(1만2827가구)에 이른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연희(더불어민주당·청주시흥덕구)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전청약을 받은 뒤 사업을 취소한 단지는 5곳(1739가구)에 달했다. 이 중 사전청약 가구 수는 1510가구로 파악됐다.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우미 린)은 토지를 분양받은 건설사가 지난 1월 사업을 포기하면서 사업이 취소됐다. 해당 사전청약 당첨자는 278가구였다. 경남 밀양 부북지구 제일풍경채 S-1블록(320가구)도 올해 1월 사업이 취소됐다. 지난 6월에는 시행사 DS네트웍스가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총 804가구)에 공급할 예정이던 주상복합 사업을 사전청약 2년 만에 취소했다. 급등한 공사비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게 사업중단 계기다.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108가구)도 시행사 리젠시빌주택이 사업취소를 선언했다.
리젠시빌주택은 홈페이지에 “최근 악화하는 부동산 경기와 건설자재 원가 상승 등 불가피한 사유로 아파트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져 부득이하게 사업 취소를 안내한다”고 공지했다.
민간 사전청약이 도입된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8월이다. 도입당시 공공분양주택에 대해서만 사전청약을 받았지만 공공물량만으로는 청약수요를 잠재우기 어렵다고 보고 민간분양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사전청약을 6개월 내 의무적으로 진행한다는 조건으로 공공택지를 싸게 분양했던 정부가 부작용이 커지자 지난 5월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했다.
문제는 아직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민간 사전청약 단지가 24곳(1만2827가구)이 남아 있어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공공분양 사전청약의 경우는 본청약 시기가 밀리더라도 공공이 책임지고 아파트를 짓거나, 사전청약을 취소하면서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지연된 공공분양 단지의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민간 사전청약은 사업 취소나 위험으로부터 당첨자를 보호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민간분양 사전청약은 공공분양과 달리 청약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돼 다른 사전청약은 물론 본청약도 신청이 불가하다.
민간 사전청약이 취소된 당첨자들이 받게 될 구제 조치는 당첨이 무효가 되면서 청약통장이 부활하는 것이 전부다. 다른 단지에 청약신청을 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혜택을 모두 날려버린 셈이 된다.
파주운정3지구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11일 집회를 열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9일에는 “정부가 사전청약 제도를 만들어 놓고 사전청약 제도에서 발생한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LH에서 직접 사업시행을 하거나 해당 사업지 매각조건에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을 승계하는 조건부 매각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국회에 제출했다.
집값 급등기에 정부가 무리하게 도입한 사전청약 제도가 애꿎은 서민 피해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