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보건소로 '건강검진+소모임' 나들이

2024-07-11 13:00:23 게재

서울 종로구 ‘건강이랑 서비스’

5개 권역에서 노년층 맞춤형 건강관리

3명 중 1명 이용, 사각지대 발굴 30배↑

“이 동네서만 50년 이상 살았는데 보건소는 처음 와봤어요. 딸이 어디서 봤다면서 알려줬어요.” “애들 말 들어야 해요.”

서울 종로구 옥인동 종로구보건소 3층. 인근 주민 박영애(73)씨와 민태영(69)씨는 매주 한차례 집 근처 보건소에 들러 혈압 당화혈색소 체성분 등 기초검진을 하고 이웃과 함께 맨손체조나 텃밭 가꾸기 등 소모임 활동을 한다. 민씨는 “공무원들이 직접 대문을 두드리고 건강검진 권유를 했다”며 “아내와 함께 주택가 공터에서 고추 상추를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종로구가 지난 2022년부터 시작한 ‘건강이랑 서비스’ 일환이다.

11일 종로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들어 권역별로 통합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이랑’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 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했다.

정문헌 구청장이 1권역에서 건강이랑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종로구 제공

통상 지자체마다 보건소나 보건분소 외에 치매안심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보건의료 관련 여러 기관을 운영한다. 검진이나 상담을 희망하는 주민은 개별적으로 찾아다녀야 한다. 종로구도 그랬다. 창신동 주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평창동 치매안심센터를 가려면 버스를 갈아타고 45분을 이동해야 한다. 보건소에서 대사검진까지 하자면 이동시간만 1시간 30분이다. 정문헌 구청장은 “지방자치가 되면서 관존민비(官尊民卑)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관선민후(官先民後) 상태”라며 “수요자 중심행정으로 공존공영하자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동별 특성과 건강통계 생활권 등을 고려해 지역 전체를 5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각각 작은 보건소 단위 건강관리를 맡는다. 옥인동 보건소는 ‘1권역’이고 평창동과 부암동 주민들은 평창경로당 ‘2권역’에서 맡는 식이다. 각 권역에서는 의사 간호사 운동처방사 영양사 등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상주하면서 치매 정신건강 대사 영양 운동 방문진료 등 맞춤형으로 주민들을 챙긴다. 혈압 혈당 등 기본검사와 평소 생활습관 설문을 한 뒤 각 주민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나 위험요소를 개선하도록 돕는다. 65세 이상 1·2인가구 주민은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65세 이상 주민 2만8000여명 가운데 33.4%가 건강이랑을 통해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이 직접 대문을 두드리고 지역활동가 이웃건강활동가를 꾸려 건강활동 취약계층을 찾아낸다. 이렇게 발굴한 집중관리군은 총 980명으로 종전보다 30배 늘었다.

종로구는 이웃건강활동가를 확대하는 한편 청년층까지 주민들이 서로의 건강을 돌보는 문화를 확산시킬 방침이다. 한국의학연구소와 함께하는 건강밥상, 낙상예방 물품 지원 등에 더해 동네의원과 손잡고 건강동행,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도 준비 중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가치”라며 “주민들이 보건의료서비스 수혜자에서 건강돌봄 주체가 되도록 역할과 의미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