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북도가 최근 지방의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산하기관장을 임명하면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됐다.

최근 경북도에서는 경북행복재단 대표 임명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경북도가 지난 1일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정재훈 경북행복재단 대표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자 경북도의회가 반발한 것.

임기진 도의원은 지난 4일 이에 대해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제도마저 무력화시킨 행정폭거”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방의회 인사청문회가 구속력이 없다 할지라도 주민의 대의기관에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면 도지사는 인사의 책임을 지고 유감 표명과 함께 임명 철회를 하는 것이 순리”라고 덧붙였다.

김대진 도의원도 “인사청문회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부분에 대해선 좌시할 수 없다”며 “경북도가 차후에 또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지침서를 공문으로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북도의회는 지난 5월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씨가 서울여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드러나자 “경북행복재단 대표로 부적하다”고 판정했다. 경북도는 그러나 경북도의회의 인사청문결과에 대해 특별한 후속조치나 입장표명도 없이 지난 1일 정씨를 대표로 임명했다.

대구시의 대구광역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이하 행복진흥원) 원장 임명도 논란이다. 대구시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됐다는 것이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9일 “홍준표 시장이 인사청문 대상자를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한 것은 ‘대구광역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 제정 이후 세번째”라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엑스코 사장과 대구농수산물유통공사 대표이사가 대구시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됐다.

대구시는 이에 “대구행복진흥원장의 인사청문은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대구경실련에서 주장하는 ‘패싱’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8월 10일 제정된 ‘대구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 제3조에 따르면 ‘시장은 지방공사 사장, 지방공단 이사장,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에 대해 인사청문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시는 또 “2022년 9월 8일 체결한 ‘대구시의회와 대구시간 인사청문 협약서’에 따르면 ‘인사청문 실시 대상은 교통공사, 도시개발공사, 공공시설관리공단, 의료원 등의 장으로 하며, 추후 대상기관 확대는 상호협의에 따른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