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압박 커지는데 자중지란 빠진 여당
야, 청문회·쌍특검·촛불문화제로 탄핵 군불때기
여, 친윤-친한 분열 진흙탕 싸움…탄핵 대응 뒷전
야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탄핵 사유를 찾기 위해 국회에서 탄핵안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쌍특검법(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통과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노무현·박근혜에 이은 세번째 대통령 탄핵 추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여권의 대응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과 친한으로 갈려 사실상 내전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탄핵 대응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여권 분열이 더 심해진다면 전당대회 이후 본격화될 야권의 탄핵 공세를 막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9일 윤 대통령 탄핵안 국민청원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청문회는 19일과 26일 이틀간 개최된다. 민주당은 김 여사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39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재차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 재투표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김 여사 특검법’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쌍특검법은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하고 있다. 야권은 특검 수사에서 탄핵 사유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민주당은 13일 광화문에서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 탄핵안 청문회가 열리는 19일에는 촛불 문화제를 연다. 국회와 여론 양쪽에서 탄핵 논의에 불을 붙이기 위해 안간힘인 것이다.
여권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민주당은 입만 열면 탄핵을 ‘18번’처럼 외치는데 이제 그만하고 애창곡을 탄핵에서 민생으로 바꾸라”고 촉구했지만 파괴력 없는 ‘말폭탄’에 그쳤다. 앞서 여당은 야당의 릴레이 정치공세(국회 상임위원장 배분→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안 발의→검사 4명 탄핵안 발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여당의 무기력증이 심각한 건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 108석에 불과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힘 합쳐 방어망을 구축한다면 거대야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텐데 전당대회 국면에서 여권이 사분오열되는 바람에 야당의 공격에 연신 뚫리고 있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과 친윤, 친한은 ‘김 여사 문자’를 둘러싼 공방에 정신이 없다. 대통령실 의중을 읽은 친윤은 ‘한동훈 죽이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급기야 친윤 원희룡 후보는 11일 한 후보에게 ‘조건부 사퇴’를 요구했다. 원 후보는 이날 SNS를 통해 “(한 후보는) 사천 의혹, 사설 여론조성팀 의혹,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 의혹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사실이면 사퇴하겠냐”고 물었다. 한 후보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마치 노상방뇨하듯이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원 후보의) 거짓 마타도어 구태정치를 제가 당원동지들과 함께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자중지란은 전당대회 이후에도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시기를 여당 내부사정을 지켜보면서 정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여권의 자중지란에 대한 내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권 인사는 10일 “친윤이 ‘한동훈 죽이기’에만 매달릴 때가 아니다. 설령 친윤이 당권 잡으면 뭐하겠냐. 당 내부에서 자중지란이 계속돼 특검법이라도 통과되는 날에는 윤 대통령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