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한동훈 겨냥한 의혹 퍼붓기…효과냐, 역효과냐
원 후보, 문자 이어 색깔론까지 동원해 공격 … 한 후보 “전혀 아냐”
여론조사 ‘한동훈 우위’ 흐름 여전 … 김 여사 ‘댓글팀 의혹’만 부각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과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겨냥한 각종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한동훈 죽이기’로 불릴 만큼 집요한 모습이다.
전당대회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친윤과 원 후보의 공세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을 무너뜨리는 효과를 내는 걸까. 아니면 당을 더 큰 위기에 빠뜨리는 역효과만 내는 걸까.
◆서로 “사퇴하겠냐” 압박 = 친윤과 원 후보는 11일에도 한 후보를 겨냥한 각종 의혹을 퍼부었다. 지금까지 친윤과 원 후보가 제기한 한 후보 관련 의혹은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서 답을 하지 않음) △한 후보 주변에 좌파출신 인사 다수 포진 △법무부장관 시절 사설 여론조성팀 운영 △총선 공천에 한 후보 가족 등 개입 △한 후보가 김경율 전 비대위원을 금감원장에 추천 등이 꼽힌다.
원 후보는 “당과 한 비대위원장이 요구하는 걸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느냐.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고 공격했다. 문자 논란만 놓고 1주일 넘게 비판을 반복했다. 원 후보는 11일 TV토론에서 “운동권에서 전향한 좌파들, 문재인정부 잔당들과 큰 그림을 그리나” “김어준, 유인태 이런 분들이 한 후보를 열렬히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가 좌파출신에게 포위돼 사실상 조종 받는다는 색깔론이다.
원 후보는 또 “여론조성팀 관련 보도가 났는데, 여론조성 작업은 불법이다. (해명이) 거짓말로 나오면 어떻게 책임지겠나”라고 추궁했다.
원 후보는 사천 의혹도 제기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 측근인) 장동혁 사무총장과 또다른 심사위원 3명 등 극소수가 사무처 직원들의 실무적인 보조도 배제하면서 (명단을 바꿨다) 마지막 순간에 거론되지 않던 사람들이 대거 들어오게 되고 어떤 사람들은 빠져나갔다. 인간관계를 추적해보니 공통점이 있다. 한 후보의 검찰 최측근인 그 인물과 CBS에 보도됐던 한 후보 가족을 포함한 주변 인간관계 외에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천 과정에 한 후보 가족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원 후보는 “김경률 비대위원을 왜 금감원장으로 추천했냐”고 몰아붙였다.
한 후보는 친윤과 원 후보의 의혹 제기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 후보는 토론회에서 사천 의혹과 관련 “그 사람들과 제 처가 일면식 있거나 아는 사이이면 후보 사퇴하고 정계 은퇴하겠다”며 “(원 후보도) 사실이 아니면 후보 사퇴하고 정계 은퇴하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여당 지지층서 한동훈 55% = 친윤과 원 후보의 공세는 한 후보 대세론을 꺾으려는 목적으로 읽힌다. 전당대회까지 남은 짧은 시간에 판세를 뒤집기 위해선 네거티브만큼 효과적인 전략은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하지만 여권 안팎의 분석은 “판세가 뒤집히는 흐름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지난달 조사(6월 25~27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로 적합한 인물’을 묻자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한동훈 55%, 나경원 14%, 원희룡 19%, 윤상현 3%로 나타났다. 12일 발표된 조사결과(9~11일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한동훈 57%, 나경원 18%, 원희룡 15%, 윤상현 3%였다. 친윤과 원 후보가 보름 넘도록 집요하게 공세를 퍼부었지만 ‘한동훈 강세’가 꺾이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역효과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당대회를 너무 혼탁하게 만들었다는 여권 내부의 비판이 거세다. 전당대회 선관위는 11일 전날 TV토론에서 격렬한 입씨름을 벌인 원 후보와 한 후보에 대해 ‘주의 및 시정명령’ 제재 조치를 내렸다.
한 후보를 옭아매려는 공세를 퍼붓다 엉뚱하게 김 여사 관련 의혹이 불거진 부분도 뼈아픈 대목이다. ‘김 여사 문자’ 공방을 벌이다 김 여사가 쓴 문자(“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 얘기를 들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다”)가 공개됐는데, 김 여사의 ‘댓글팀 운영’ 의혹으로 번진 것.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사실이면 정권 문을 닫아 마땅한 최악의 국기 문란”이라고 공격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