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수사심의위원 명단 공개 불가”
야당, 행안위서 ‘수사공정성’ 의혹 제기
윤희근 경찰청장 “대통령실 외압 없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1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와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불송치하기로 결정한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명단 공개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특히 윤 청장은 수사팀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부실 수사와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윤 청장은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경찰청 예규에 근거해 심의위를 운영하고 있다”며 “수심위 핵심은 위원 명단이나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5일 수심위를 열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 전 사단장과 하급 간부 2명 등 3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송치 결론을 내렸다. 수심위 위원은 법조계, 학계 등 외부 전문가 10명 안팎으로 구성됐으며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수심위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경찰의 제출 거부를 질타했다.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수심위를 운영하는 이유는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있는 것인데, 공정성 확보의 기반은 투명성과 공개성”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 소속인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수심위 관련 규칙을 보면 ‘위원회 심의는 비공개로 진행한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경찰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어느 조항에도 명단을 비공개로 한다는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이와 관련해 “경찰청 예규에 근거해 심의위를 운영 중이며, 핵심은 위원 명단이나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원 명단을 공개하기 시작하면 제도의 운영 취지 자체가 무너진다”며 “수심위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최고의 가치인데, 위원 명단이 공개되는 순간 이분(위원)들은 이후에 수심위에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 위원장은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엔 수심위 명단이 공개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청장은 “2021년에는 첫 수심위가 구성되면서 위원들을 위촉하는 행사가 열려 언론 취재를 통해 위원 명단이 공개됐던 것”이라며 “(명단 공개 여부에 대한) 추가 검토는 해보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날 채 상병 수사에 대통령실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에 윤 청장은 “그런 부분은 저희 수사에 일체 고려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
윤 청장은 ‘경찰의 채 상병 사건 수사가 적절했다고 보느냐’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엔 “경찰청장으로서 경북경찰청 수사팀의 11개월에 걸친 수사와 판단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답했다.
윤 청장과 함께 행안위 회의에 출석한 김철문 경북경찰청장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와 관련해서 (외부 특정인이나 기관으로부터) 전화나 일체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그간 11개월에 걸쳐서 수사가 이루어졌고 임성근 전 사단장의 혐의는 직권남용과 업무상 과실치사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수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김 경북경찰청장은 “수해 복구 작업에 있어서 (7여단장과 사단장) 둘의 위치가 달랐다. 7여단장은 50사단장의 직접적인 통제 권한을 받고 있었다”며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경찰 참고인이었던 윤 모 소령(해병대 1사단 7여단 수송대장)이 해병대조사단 조사 당시 ‘사단장이 밑으로 내려가라는 지시와 가슴 장화를 언급한 것으로 봤을 때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적은 진술서가 공개됐다.
해당 진술서에 대해 김형률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은 “군에서 이첩을 해온 서류가 맞고,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저희(경찰)가 참고인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이에 대해 “해당 진술서는 국방부 쪽에서 윤 소령이 작성한 건 맞다”면서도 “경찰이 추가로 조사를 했을 때 윤 소령은 ‘국방부 조사에서 본인이 그런 말을 한 건 맞지만, 임 전 사단장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조금 다른 진술을 했다”고 답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