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전주랑 통합? 자체 시 승격 추진”
완주군 ‘반대 서명부’ 전북도에 제출
주민투표 진행시 갈등 불가피 할 듯
전북 완주군이 전주시와의 통합 대신 자체 시 승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전북자치도에 제출했다. 통합추진단체가 제안한 전주·완주 행정통합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의견으로 주민투표 방식으로 찬반을 정할 경우 주민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완주군은 전주·완주 통합 찬반 입장의 주민 서명부에 대한 검증을 거친 후 완주군의 의견서를 작성해 지난 12일 전북자치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통합추진단체는 지난 6월12일 군민 6152명의 서명이 담긴 통합 촉구 건의서를 완주군에 제출했다. 또 지난 9일에는 통합반대대책위원회가 3만2785명의 서명부를 작성해 제출했다.
완주군이 찬·반 서명부를 검토한 결과 통합찬성 서명부 가운데 4223명이 유효 서명자로 판정돼 주민투표에 필요한 정족수(1693명)를 넘긴 것으로 집계했다.
완주군은 그러나 △일방적인 행정통합으로 인한 주민 갈등 우려 △의회 및 각 사회단체의 지역 여론 △익산권을 포함한 광역권 대안 제시 등을 담은 의견서를 전북자치도에 제출했다. 완주·전주 통합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전달, 타지자체 통합사례 효과 분석 등을 담았지만 사실상 통합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전주시·전북자치도 등의 통합 찬성 의견과 반대로 독자 시 승격을 목표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익산시까지 포함하는 광역권 경제연합으로 가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담았다.
유희태 군수는 “일부 민간단체의 일방적인 행정통합 추진으로 인해 2013년 주민투표 당시와 같은 주민 갈등이 크게 우려된다”며 “완주군은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맞춰 완주군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시 승격을 추진하고, 전주·익산시와의 기능적·경제적 상생사업 추진을 통해 전북도의 발전을 견인해 나가는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전주에 있던 청사를 완주 용진읍으로 이전하면서 독자행정권역 구축 작업을 진행한 것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완주군이 군의회에 이어 행정통합에 선을 긋고 나서면서 전주·완주 행정통합 추진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전북자치도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전주·완주 상생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통합 분위기 조성에 주력해 왔다. 지난 1997년, 2009년, 2013년 전주·완주 통합을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완주군의회와 완주군민 반대 등으로 무산된 전례를 감안한 대응책이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는 지난 1일 “양측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인내를 가지고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양 지자체간의 신뢰, 특히 완주 군민들의 신뢰를 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현재 추진중인 상생사업은 통합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신뢰가 쌓이면 통합의 시기가 조금 더 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상생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민선 9기가 시작되는 2026년 7월 통합시가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 3일 “전주시와 완주군간 통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며 “완주군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고 100만 광역도시의 기반도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자치도는 조만간 도의 공식 입장도 정리해 완주군이 제출한 의견서와 함께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를 거쳐 그 최종 결정권을 쥔 행정안전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완주군·군의회의 반대입장을 분명한 가운데 정부가 주민투표 방식으로 전주·완주 행정통합을 추진할 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