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력부문 탄소중립정책 60점
G20 국가 중 10위 … “세계 청정에너지 장애요인은 계통접속 지연”
우리나라의 전력부문 탄소중립 정책은 100% 만점에 60%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주요 20개국(G20) 중 10위에 해당한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은 15일 블룸버그에너지뉴파이낸스(BNEF) 평가를 토대로 ‘G20 국가의 전력부문 탄소중립 정책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BNEF는 G-20 국가의 탄소중립 정책을 강건성(54%), 현황(34%), 효과(12%) 측면으로 평가해 100%를 만점으로 점수화했다. 평가부문은 △전력 △연료·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수송 △건물 △산업 △순환경제 △농업 등 7개다.
평가결과 2024년 G20 국가의 평균점수는 57%였으며, 전년과 동일했다. 1위는 프랑스(78%), 2위 독일(75%), 3위 EU(75%), 4위 영국(75%), 5위 이탈리아(74%)로 최상위권은 유럽국가들이 독차지했다. 특히 영국은 경매를 통한 재생에너지 및 용량자원 확보, 전력망서비스 상품개발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아 전년대비 5% 올랐다.
미국도 투자·생산세액공제를 통한 재생에너지 지원 등으로 6위(66%)에 올랐다. 아시아신흥국인 중국(63%)과 인도(62%)는 석탄발전 증가와 이를 유발하는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60%)보다 높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 보급, 재생에너지 개발시 에너지저장장치 연계 의무화 시행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한국은 전체 20개국 중 10위로 조사됐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한계단 앞선 9위(62%)였지만 재생에너지 용량확대 둔화로 전년대비 6% 하락했다.
남아공(59%)과 호주(57%)는 우리나라보다 점수가 낮지만 각각 10%p, 11%p 오르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남아공은 소형 태양광 설치에 대한 세금 면제와 에너지저장장치 확대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호주는 2030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 82% 목표 설정, 4년간 재생에너지 용량 126% 증가 등이 점수를 끌어올렸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전력부문 탄소중립 정책의 주요 이슈로 △재생에너지 경매 △에너지저장장치 정책 △청정에너지 투자의 장애요인 및 대응방안 등 3가지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약 230GW 규모의 재생에너지가 경매를 통해 조달됐으며, 해상풍력의 경우 비용상승, 공급망 병목현상 등으로 인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2022~2023년 중국의 재생에너지 경매용량은 각각 전체 경매용량의 75%, 73%를 차지하며 전 세계 재생에너지 경매 확대를 주도했다.
해상풍력은 세계시장 경매에서 단 한 건도 낙찰되지 않거나,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프로젝트 개발업체가 전력구매계약(PPA)을 취소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BNEF이 분석한 국가별 해상풍력 보급 전망에 따르면 각국이 제시한 2030년(또는 2035년) 해상풍력 보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G-20 국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에너지저장 정책과 관련해서는 독일 이탈리아 미국 일본 호주 등이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보조금 제도는 단기적으로 배터리 보급 확대에 기여하지만 아직 세계 많은 지역에서 배터리 저장장치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청정에너지 투자의 장애요인으로는 계통접속과 인허가 지연, 무역장벽 등이 가장 절실한 과제다. 미국에서는 청정에너지 계통접속 대기 물량이 1700GW를 초과하면서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유럽에서는 육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길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55GW 규모의 프로젝트가 인허가 대기 중에 있다. 이에 EU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우선적 공익’ 사항으로 분류함으로써 종(種)보호나 경관영향 등과 관련한 법적 분쟁을 회피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수입되는 태양광 모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장벽해소도 해결과제로 제기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