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경제단체, '워라밸 문화' 중소기업으로 확산
제조·건설, 단순 노무직
작은 기업일수록 활용도 낮아
최근 구직자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구할 때 근무환경과 일·생활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청년세대의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제조·건설, 단순 노무직 등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일·생활 균형 활용이 낮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5개 중소기업 협·단체는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업무협약을 맺고 일·생활 균형 기업문화가 현장에서 일상적인 형태로 자리 잡도록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중소기업 협·단체는 소상공인연합회 이노비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메인비즈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3~2023년) 일·가정생활 중 일·가정 생활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의견이 33.4%에서 47.4%로 늘었다. 반면 일을 중시한다는 의견은 54.9%에서 34.4%로 낮아졌다.
올해 4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대상 조사결과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36.6%가 워라밸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월급(29.6%), 정년보장(16.3%), 발전 가능성(10.4%)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업종·직종별로 편차가 존재하고 작은 기업일수록 활용이 저조했다. 업종별 활용도는 정보통신(40.1%), 전문·과학·기술(34.1%), 금융·보험(27.2%)은 높았으나 제조 (17%), 건설(6.9%)은 낮았다.
직종별로는 전문직(25.5%), 사무직(23.1%), 관리직(22.4%)에서 높은 반면 서비스직(9.8%), 단순노무직(3.9%)에선 낮았다.
규모별로는 300인 사업장이 39.3%로 가장 높았다. 이어 100~299인 25.5%, 30~99인 18.6%, 10~29인 14.7%로 규모가 작을수록 활용도가 낮았다.
이날 지방의 제조업으로 유연근무를 바탕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성과를 발휘한 인터테크(대표 김대달)가 소개됐다. 인터테크는 전남 나주에 있는 설립 4년차 변압기 제조업체로 근로자 32명의 작은 규모다.
김대달 대표은 ‘젊은 인재 육성’을 목표로 직원들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먼저 직원들 의견을 들어 여가나 학습시간을 원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원을 늘려 초과근무를 없앴다.
생산·검수·출하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시차출퇴근과 선택근무를 도입하고 학비까지 일부 지원했다. 그 결과 올해에만 3명이 대학에 진학했고 현재 대학생 직원은 5명이다.
지금은 지역에서 “가고 싶은 회사”로 입소문 나 입사지원도 늘고 있으며 우려했던 생산차질은 없었다.
김 대표는 “청년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5개 경제단체는 중소 사업장의 대표이사와 관리자들이 일·생활 균형 중심의 가치관 확산 등 변화의 흐름을 신속히 인식하고 적기에 인사노무관리에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활동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노비즈협회는 모닝포럼, 최고경영자과정 등 대표이사가 주로 참석하는 교육과 연계하여 일·생활 균형의 중요성을 교육·안내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73개 소상공인 업종단체, 210개 지역연합회를 대상으로 강의·홍보를 진행하는 등 지역 밀착형으로 중요성을 전파한다.
한국여성벤처협회는 주기적으로 우수기업을 발굴하고 협회장 표창을 추진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회원사들이 우수기업을 방문하는 ‘벤치마킹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일·생활 균형 관련한 각종 정부지원 제도를 기업에 알리고 애로사항을 수렴해 정부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메인비즈협회는 회원사 대상으로 매월 1회 이상 홍보하고 ‘굿모닝 CEO학습 조찬 강연’과 96개 지회 모임(연 평균 400회)을 통해 건의사항을 수렴한다.
고용부는 이들 경제단체와 협업하면서 고용센터의 ‘일·육아 동행 플래너’를 활용해 찾아가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중소기업 밀집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집중 홍보·확산하는 등 기업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매년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을 선정해 세제 혜택, 출입국 우대 등 혜택도 적극 제공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오늘 협약은 정부와 경영계가 힘을 합쳐 유연근무와 일·육아 병행이 기업 현장의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첫 출발”이라며 “기업의 대표이사와 관리자들이 일·생활 균형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기에 경영활동에 반영할 수 있도록 협·단체와 협조하고 정부 지원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