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에 경호처 “모방테러 가능성 염두”
원거리 건물 위 총기 저격 … 총기 테러 방심 위험
윤, 부산·대구 방문 때 무단 ‘고각 촬영’ 방치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총기피격 사건으로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테러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통령경호처도 모방범죄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외부 일정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경호에 허점이 노출될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경호처 관계자는 15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총격 테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호처는 경호대상자의 절대안전 보장을 위해 한치의 빈틈도 없는 완벽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모방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 태세를 확고히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연설 중 150m 미만 거리의 건물 옥상에 엎드려 있던 저격범에 의해 AR-15 소총으로 피격을 당했다. 연설을 앞두고 비밀경호국을 비롯해 지원 나온 지역 경찰 등 요원들이 시야가 닿는 모든 옥상을 조사하기 마련인데 여기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다.
그간 민간인 총기소지가 불법인 한국에서는 정치인들이 원거리보다 근거리 테러에 노출돼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은 각각 날카로운 흉기 및 둔기에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총기소지가 불법인 일본의 경우 아베 전 총리가 사제 총기에 사망하고 기시다 총리가 사제 폭발물에 노출된 바 있다.
IT기술의 발달로 3D프린터를 이용한 총기 제작도 가능해졌다.
한국도 더 이상 중장거리 테러에 안전지대가 아니게 된 셈이다.
그럼에도 경호처는 국내에서 총기에 의한 피해 가능성을 낮게 보고 근접경호를 중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곤 했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부산에서 시도지사협의회 후 한 횟집에서 만찬 회식을 하고 나오는 모습이 건너편 건물 상층에서 고각으로 촬영된 사진이 SNS에 노출됐을 때 경호부실 논란이 인 바 있다. 카메라 대신 총기를 든 테러범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쩔 뻔 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같은해 11월 윤 대통령이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직접 방문했을 때도 유사한 각도에서 촬영된 사진이 등장해 같은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경호처는 사전에 저격 가능 지점을 점검·차단하고 대통령 곁을 밀착경호하지 않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과도한 통제로 인해서 많이 지적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국민편익을 봐야 될 두 가지 함수관계 속에서 많은 고심들을 하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출타’가 잦은 윤 대통령의 일정도 테러 위협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달까지 시장 방문만 30차례 가량(여사 일정 포함), 민생토론회 26차례, 해외순방도 18차례 다녀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