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의대생 실명 공개 채팅방도 ‘수사 중’
보건복지부, 경찰에 수사 의뢰 … 학교·학년·실명 공개돼
수업에 복귀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이 등장했다. 경찰은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전공의나 의대생 등을 향한 비난성 게시글을 작성하는 등 이들의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채팅방이 최근 개설됐다. 채팅방에는 ‘감사한 의사’ ‘감사한 의대생’ ‘감사한 전임의’ 실명이 올라 있다. 소속 학교와 학년, 실명이 공개된 의대생은 14일 현재 80명으로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다.
이들 명단은 수업 거부에 참여하지 않거나 복귀한 의대생들로 추정된다. 특히 각 의과대학 학생들의 제보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감사’라는 표현은 학교 수업에 참여하는 의대생과 병원에 남아 있는 전공의들을 가리키며 조롱하기 위해 쓰이는 단어다.
관리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학교의 복귀 학생 명단이 수시로 추가되고 있어 의대생들의 정보 제공이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4월 한양대 일부 의대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수업거부를 강요하고 이를 어길 시 모든 학생에게 대면 사과하도록 했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경찰은 이들을 강요·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 5월에도 충남대, 건양대, 경상국립대 등 비수도권 의대 3곳에서 집단행동 참여를 강요한 행위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의뢰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그러나 폐쇄적인 의사 집단에서 불이익을 당할 우려 때문에 이 같은 복귀 방해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해당 사안을 파악하고 수사의뢰한 상황”이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보건복지부와 어떻게 대처할지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명 공개가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복귀 의사가 없는 학생들에 대해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의대 운영 대학 총장 모임인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모임에서는 유급 판단 시기를 연기하며 의대생들의 복귀를 호소하는 교육부 유화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급 판단 시기를 계속해서 미뤄주는 것이 의대생들의 복귀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교육적이지도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돼도 돌아오지 않은 학생들은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결국 유급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대생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학기제’에서 ‘학년제’로 전환해 유급 시한을 내년 2월 말로 미루고, 성적 평가를 완료하지 않고 나중에 보충해 정식 학점을 받는 학점제 등을 허용했다. 수업에 불참해 결국 유급 처리된 올해 1학년생은 내년 신입생보다 수강신청 등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불이익 조치도 함께 예고했다.
교육부와 대학들이 ‘특혜’란 비판에도 유급 기준 완화 등 집단유급 방지책을 마련해 의대생 복귀를 독려하고 있지만 의대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2일 전국 시도청 수사부장 등이 참석하는 ‘의사 집단행동 불법행위 대응’ 관련 화상회의를 연 뒤 보도자료를 내고 “전공의 등의 복귀를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가용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엄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수본은 “앞으로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나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가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는 인신 공격성·조리돌림 식의 집단적 괴롭힘 등 불법행위에 대해 신속히 수사하고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