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하반기 증시 주의해야 할 것들
올해 들어 7월 현재까지 글로벌 증시는 전반적으로 상승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높은 물가와 늦춰진 금리 인하 시기, 지속된 강 달러 현상, 새롭게 불거진 지정학적 위험 등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일시적인 영향을 받았을 뿐 증시는 다시 오르길 반복했다.
특히 미국의 나스닥 지수와 일본 주가지수는 반년 남짓 기간으로는 기록적이라 할 수 있는 20% 내외의 상승률을 보였고, 7월 들어서도 전반적인 상승 추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우리 증시 역시 미국, 일본에 비해서는 부진했지만, 작년 말 대비 코스피는 7% 정도 올라 있다.
기록적 상승 보인 미 나스닥 지수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결국 주요국 경기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해 성장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탄탄한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저성장과 금융 위기설로 불안하던 중국 역시 적어도 지금까지는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경제 성과를 기록 중이다.
하반기 역시 주요국의 증시 상승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각국의 통화정책은 느린 속도지만 물가를 떨어뜨리는 데 기여하고 있고, 주요 통화당국은 경기가 부진해졌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즉 금리 인하 카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가 일본을 제외한 주요국 금리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시에 충격을 줄 만한 자금 흐름의 변화가 나타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상반기 중 너무 올라 고평가 되었고, 이러한 기업들의 주가 급락이 전반적인 증시 하락세로 연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시장을 뒤흔들었던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때와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공지능 산업의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대형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추세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요한 요인들이 남아 있다. 글로벌 증시 차원에서는 미국 대선이 그렇고, 국내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의 향방이 그렇다.
특히 미국 대선 구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재정 확대와 관세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연준에 대한 압박 또한 거세지며 경제와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가 각국의 자원 무기화를 촉진하고 전쟁, 테러 등 지정학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해외, 특히 미국 증시로의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이다. 국내 투자의 세후 기대수익률 하락과 심리적 위축 현상, 수익성과 거버넌스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글로벌 주요 기업에 대한 선호 심리가 어우러져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투자자들은 정부가 정책의 큰 방향을 자산·소득 불평등 해소와 현재 세수 확대에 맞출 것인가, 증시 활성화를 통한 기업 활동 촉진과 기업 이익의 가계 순환에 맞출 것인가에 따라 반응할 텐데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커 보인다.
증시 여건 나쁘지 않지만 불확실성에도 대비해야
하반기에도 글로벌 증시를 둘러싼 여건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물가와 경기 사이클, 남아 있는 정책 여력 등 거시 경제 환경과 글로벌 자금 흐름은 증시를 지원하고 있고, 인공지능을 둘러싼 거품 논란도 아직 일러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관점에서는 미국 대선 결과, 국내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 두 부분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SK증권 경영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