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무반응 지속 …‘사태’ 해 넘기나
사직 여부 회신도 미미 … “비상진료체계 강화하고 수련병원 구조개편 속도내야”
정부가 전공의 사직시한으로 정한 15일에도 전공의들의 무반응 현상은 지속됐다. 사직 여부 회신 자체도 미미했으며 복귀한 전공의는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의 ‘아무것도 하지 않음’ 행태는 장기간 지속되고 다수 전공의 부재 사태가 내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해서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고 수련병원의 구조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부와 병원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에 사직 혹은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빅5병원 관계자들은 15일 밤늦게까지 기다려봤지만 돌아온 경우는 한자리 수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2023년 12월 말 기준 서울대병원 740명, 분당서울대병원 225명, 서울아산병원 578명, 연세세브란스병원 612명, 삼성서울병원 525명 전공의 규모에서 대부분 자기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자유의지로 사직한다”고 밝힌 2월 상황과는 다른 모양새다.
지방 수련병원의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 충남대 전북대 전남대 경북대 경상대 등 국립대병원들의 전공의들도 대부분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가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일부라도 복귀하기를 기대하고 전공의에 대한 행정조치를 풀어주고 9월 등록을 기대했지만 대부분의 전공의는 무응답으로 답했다. 정부의 기한 준수 기준으로 보면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1만여명의 전공의는 사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련병원들은 사정이 복잡하다. 9월 전공의 모집을 위해서는 이달 전공의 모집 공고를 위해 전공의 복귀 여부를 확인하고 모집정원을 확정해야 한다. 그런데 전공의들은 이에 대한 회신도 대부분하지 않았다. 일정상 무반응 전공의는 사직처리해야 하지만 병원 내 일부의사들의 반발도 있다. 더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등은 “개별 전공의 복귀 사직 여부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한채 일방적으로 사직처리를 하는 것은 현 사태를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들로 수련병원들은 16일 오전 무반응 전공의에 대한 처리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빅5병원 한 관계자는 “아직 무반응 전공의에 대한 사직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2월 중순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이탈과 이후 5개월간 보여준 ‘아무 것도 하지 않음’ 모습을 보면 전공의 사태는 내년 2026년 의대정원 확정일정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승연 인천지방의료원원장은 “전공의들의 무반응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 듯하다“면서 “전공의의 장기부재 사태를 바로보고 정부는 환자 비상진료체계를 잘 살피고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원장은 “수련병원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을 속도있게 진행하면 전공의들도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 의료계 사회각층은 의료개혁 논의에 적극 참여해 개혁을 위한 예산확보와 법규를 바꾸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안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를 독려하는 발언도 나왔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은 “양보는 패배가 아니다”며 “정부의 급진적인 의대증원이 의료비상사태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중증환자들을 생각해 전공의와 의대생이 조금 양보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홍 회장은 “정부는 전공의 없는 상급종합병원은 미국과 일본에도 없으며 젊은 의사들의 존재와 역할은 필수불가결하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의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