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만든 공동묘지 ‘근현대 문화역사 보고’로

2024-07-16 13:00:02 게재

연간 60만명 찾는 명소, 주민 자긍심↑

전시·박물관 더하고 문화행사 연계계획

“그냥 민둥산에 묘만 많았어요. 산 밑에는 제재소에 연탄공장…. 공동묘지 마을에 산다고들 했었죠.”

서울 중랑구 망우본동 주민자치회 서정복 회장은 “지금은 주민들이 공동묘지라는 생각을 않는다”며 “망우역사문화공원이라는 이름을 짓는 것부터 하나하나 구와 주민들이 함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성한 공동묘지에서 연간 60만명이 찾는 서울 대표 명소로 탈바꿈한 ‘망우역사문화공원’ 이야기다.

16일 중랑구에 따르면 민선 8기 구에서 힘을 실은 정책 중 하나는 망우역사문화공원 명소화다. 1933년부터 1973년까지 40년간 ‘망우리 공동묘지’가 운영되면서 지역 전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중랑구는 만해 한용운, 소파 방정환, 유관순 열사 등 우리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인물 80여명이 잠들어 있다는 데 주목, 살아 있는 역사교육 현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류경기 구청장과 주민들이 망우역사문화공원 내 안전보행로 개통을 기념해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사진 중랑구 제공

민선 7기부터 토대를 다졌다. 2020년 서울시에서 망우리공원 총괄관리권을 위임받았고 이듬해 구 조직에 망우리공원과를 신설했다. 2022년 4월 기존 관리사무소 공간과 기능을 확장해 전시와 교육·회의 쉼까지 가능한 중랑망우공간을 열면서 날개를 달게 됐다.

4.7㎞에 달하는 순환산책로는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건강을 챙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구는 주민들과 함께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고 꽃을 더하는 한편 전망대를 개선하고 휴게쉼터를 갖춘 안전보행로를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부터 1년 반동안 망우역사문화공원을 찾은 방문객만 90만명에 달한다. 월평균 5만명씩 전국에서 몰려들기까지 구는 공원에 잠든 인물을 함께 기억하는 데 앞장섰다. 류경기 구청장은 “민선 8기 2주년을 시작하는 날 간부들과 함께 한용운 방정환 유관순 묘역을 참배하며 후반기를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날뿐 아니다. 류 구청장은 다른 단체장들이 국립현충원을 찾는 기념일마다 망우역사문화공원 인물들을 기린다. ‘방정환교육지원센터’를 비롯해 지난 봄 문을 연 중랑양원미디어센터 내 소극장 ‘시네마 노필’, 한용운 80주기 토크콘서트 등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과 행사에는 역사문화 인물이 빠지지 않는다.

유명 역사인물 데이터베이스 구축, 낡은 묘역 정비와 추모공간 조성, 역사문화에 생태를 더한 체험학습 등도 방문객을 늘리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주민들은 80개 묘역을 1대 1로 맡아 보살핀다. 74개 단체 340명으로 구성된 ‘영원한 기억봉사단’은 각 인물들 발자취를 알리는 홍보사절 역할도 맡고 있다. 망우본동에서 효사랑봉사회를 이끌고 있는 박효숙 회장은 “주말이면 전국에서 찾아오고 어느 교수님 얘길 들으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라고 하더라”며 “전에는 후지고 낙후된 동네였는데 이제는 주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애착을 느낀다”고 말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의 변화는 아직 시작단계다. 중랑구는 전시관과 박물관, 역사성을 담은 상징물을 더하고 각 인물들을 활용한 음악회나 공연 등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박인환 이중섭 등 묘역 10기에 대한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신청도 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애국지사와 문화예술인을 기리고 전승하는 공간이자 근현대사를 배우는 현장학교”라며 “역사성을 더 살리고 즐겁게 문화를 즐기며 행복감을 누리는 공간으로 확장시켜 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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