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대선공약 무산에 ‘부글부글’
가로림만·육사이전 등 줄줄이
나머지 주요공약도 ‘불안불안’
윤석열 대통령의 충남지역 주요 대선공약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지역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대선공약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역색이 옅은 충남의 경우 어느 지역보다 선거공약에 민감한 지역이다.
16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충남지역 주요 대선공약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대선공약이었던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사업이 정부의 타당성 재조사를 넘지 못했다. 수년째 타당성 재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무산된 것이다. 충남도가 나서 재추진을 선언했지만 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실망은 컸다.
충남의 주요 대선공약이 엎어진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과 함께 7대 공약에 포함됐던 서산공항 건설도 지난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역시 넘지 못했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이 역시 충남도가 사업비를 조정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하는 방식으로 서산공항 건설을 재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를 500억원 밑으로 낮출 경우 예타를 받지 않아도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당장 지역에선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야당을 중심으로 사실상 공약파기라는 비난도 거세다.
이들 공식적인 공약 말고도 지역마다 약속한 공약들도 위태롭다. 대표적인 게 ‘육군사관학교 충남 논산 이전’이다.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육군사관학교 경북 안동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어 지역의 관심을 모았다. 논산은 윤 대통령 부친의 고향으로 알려졌고 안동은 이재명 후보 고향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초 장기과제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이전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육사 동문 등이 집단 반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논산 등에 조성하기로 약속한 국방산업클러스터엔 육사가 빠지고 대신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대선 당시 충남지역을 대상으로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충청내륙철도·중부권 동서횡단철도 등 건설 △내포신도시 탄소중립 시범도시 지정 △천안 종축장 첨단국가산업단지 및 남부권 국방산업클러스터 조성 △서산공항 건설 △수도권 공공기관 혁신도시(내포신도시) 이전 추진 △국립경찰병원 건설 등 공공의료복지 강화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 및 금강 하구·장항제련소 생태복원 등이다.
이 가운데 그나마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사업은 천안 종축장 첨단국가산업단지와 남부권 국방산업클러스터 조성이다. 첫발은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항제련소 생태복원은 지난해 말 예타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 외에 손에 잡히는 공약은 거의 없다.
우선 철도 건설은 장기적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이 최근 일제히 관련 특별법안 등을 발의했지만 정부의 실천의지가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이다.
공공의료복지 강화 분야에서 아산 국립경찰병원 건설이 확정됐지만 이 마저도 정부가 공모절차를 밟아 지역의 반발이 컸다.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와 지자체간 과도한 경쟁만 부추긴다는 비판이었다. 여기에 대선공약이었던 천안 치의학연구원 설치도 최근 공모로 추진되고 있어 반발은 더욱 커졌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대선공약인 경우엔 다른 지자체에서 공모에 참여하지 말자”는 신사협정 제안까지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최대 관심사는 공공기관 이전이다. 현재 충남 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엔 수도권에서 이전한 공공기관이 아직 하나도 없다. 7대 공약 가운데 ‘내포신도시 탄소중립 시범도시’도 관련 공공기관 이전이 필수적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공약들이 속도감있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익어가고 있다고 본다”며 “천안 치의학연구원이나 공공기관 이전 등은 대선공약인 만큼 반드시 지켜지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