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의대생 신상공개에 “학생 보호조치”

2024-07-16 13:00:02 게재

교육부, 의대 운영 40개 대학에 공문

위법 확인시 대학과 협력해 엄정 대처

교육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유급 방지대책을 발표한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수업이나 의료 현장에 복귀한 의대생·전공의 신상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정부는 경찰 수사에서 위법성이 확인되면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15일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에 ‘텔레그램에서 수업 복귀 학생의 신상을 공유하는 이들에 대처하고, 신상이 공개된 의대생을 보호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위법 행위가 확인된 학생에 대해 대학과 협력해 조처할 예정”이라며 “개별 학교에 설치한 복귀지원센터 등을 통해 학생 보호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각 대학이 자체 상황을 점검하도록 하고 의대생의 원활한 수업 복귀를 위해 학생 개별 상담, 지도 및 학습권 보호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각 대학에 요청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타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에 참여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해달라”고 덧붙였다.

복귀자 신상 공개는 ‘특혜’란 비판에도 유급 기준 완화 등 집단유급 방지책을 마련해 의대생 복귀를 설득해온 교육당국과 대학들로선 당혹스런 상황이다.

폐쇄적인 의료계에서 불이익을 당할 우려감에 가뜩이나 복귀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소위 ‘블랙리스트’까지 나돌아 유화책이 먹혀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유화책에도 아직까지 의대생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대생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학기제’에서 ‘학년제’로 전환해 유급 시한을 내년 2월 말로 미루고, 성적 평가를 완료하지 않고 나중에 보충해 정식 학점을 받는 학점제 등을 허용했다. 수업에 불참해 결국 유급 처리된 올해 1학년생은 내년 신입생보다 수강신청 등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불이익 조치도 함께 예고했다.

앞서 지난 7일 텔레그램에는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의 채팅방이 개설됐다.

이 대화방에는 수업 복귀 의대생과 병원으로 돌아간 의사, 전임의들의 리스트가 실명으로 올려져 있다.

소속 학교와 학년, 실명이 공개된 의대생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로부터 이와 관련해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가용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추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에 채팅방을 이용한 개설자는 채팅방 주소를 주기적으로 바꾸며 신분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들이 수업 복귀자 명단을 공개하는 등 동료 의대생들의 복귀를 방해하거나 압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찰은 교육부의 수사 의뢰를 받아 지난달 수업에 참여한 학생에게 전 학년에 공개적으로 대면 사과하도록 하며 단체수업 거부를 강요한 혐의로 한양대 의대생 6명을 입건했다.

이어 교육부는 5월 말에도 집단행위 강요가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온 충남대, 건양대, 경상국립대 3곳에 대해 추가로 수사 의뢰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의대생들의 집단 행동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가 “유급은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면서 의대생에게 유급 부담을 줄여줘 집단 행동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의대 운영 대학 총장 모임인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모임에서는 유급 판단 시기를 연기하며 의대생들의 복귀를 호소하는 교육부 유화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급 판단 시기를 계속해서 미뤄주는 것이 의대생들의 복귀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교육적이지도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돼도 돌아오지 않은 학생들은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결국 유급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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