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릭요거트부터 맥주까지 K푸드 일본 홀린다

2024-07-16 13:00:02 게재

그릭데이 파이브가이즈 제주맥주 맘스터치 등 … 한국 특징 앞세워 공략

국내 식품·주류기업이 시장 확대와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일본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일본은 전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다. 그동안 일본은 국내 기업들에게 글로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비즈니스 무대로 주목받았지만, 변화가 크지 않은 폐쇄적인 환경이라는 점에서 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으로 인식돼 왔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K푸드가 큰 관심을 얻고 있다. 깐깐한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음식 맛과 품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진출을 계획 중인 기업들에겐 지금이 시장 공략에 적기라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분야에 초기 진입해 일본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식품 기반 바이오테크 기업 스위트바이오가 운영하는 ‘그릭데이’가 일본 시장에 첫 발을 디딘다. 스위트바이오는 8월 중 도쿄 오모테산도 거리에 ‘그릭데이’ 대형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다.

스위트바이오 그릭데이 제품. 사진 스위트바이오 제공

지난해부터 일본시장 진출을 준비한 스위트바이오는 올해 3월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열린 ‘푸덱스 재팬2024’에 참가해 현지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가능성을 점쳤다. 최근에는 롯데벤처스재팬으로부터 2억엔 규모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일본진출을 가속화하게 됐다. 이번 투자는 스위트바이오 매출 성장세와 성공경험를 높게 평가해 이뤄졌다. 스위트바이오 2023년 매출은 261억원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2020년 매출 28억 대비 9배 이상 성장했다.

그릭데이가 일본시장을 택한 이유는 소비자 반응이 주된 원인이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서 꼭 가야 할 그릭요거트 카페로 온라인 사회관계망에서 회자되며 해외 방문객수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황금연휴라 불리던 골든 위크 기간인 4~5월 국내를 방문한 일본 관광객이 부쩍 늘면서 그릭데이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이대본점(시그니처)과 압구정에 있는 그릭데이고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각각 13%, 44% 증가했다. 그릭데이고 매장은 지중해 콘셉트 24시간 무인 그로서리 마켓으로 방문객 약 40%가 해외 관광객이다. 일본 방문객들을 위해 매장 곳곳에 일본어 설명이 준비돼 있다.

이와 같은 인기는 한류 열풍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된다. 그릭데이 일본 매장 사업팀 이윤기 매니저는 “국내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미용과 다이어트를 위해 그릭요거트를 즐겨 먹는 모습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류에 관심이 많은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그릭요거트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트바이오는 이번 대형매장 개점을 시작으로 현지화 마케팅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 여성들을 집중 공략하고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겠다는 포부다.

한화갤러리아 자회사인 에프지코리아가 운영하는 한국 파이브가이즈도 일본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파이즈가이즈 국내 출시 1주년을 맞아 김동선(왼쪽 네번째) 에프지코리아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남점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사진 에프지코리아 제공

최근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에프지코리아는 향후 파이브가이즈 일본 출시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6월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후 브랜드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 여의도 고속버스터미널 서울역 등 전 매장이 파이브가이즈 ‘글로벌 TOP 10’에 포함됐으며 이런 성과가 일본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에프지코리아는 다음해 하반기 첫 점포 개점을 시작으로 향후 7년 간 도쿄를 포함한 일본 곳곳에 20개 이상 매장을 연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에서는 9월 경기 판교에 5호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추후에는 지방에도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 제주맥주는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일본 주류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이달 2일 오사카에서 열린 2024 일본 오사카 야키니쿠 비즈니스 전시회에 참가해 대표 브랜드인 제주위트에일을 선보였다. 이 행사는 일본 야키니쿠 업계와 고기 요리를 취급하는 모든 음식, 외식 업계를 타깃으로 1년에 한 번 열리는 일본 유일 대표적인 외식업계 전문 전시회로 경영자 오너 요리장 등 구매결정권자 참석률이 높은 행사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제주맥주는 지난달 일본 주류 유통사 유와무역과 제주위트에일 판매와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유와무역은 하와이 수제맥주 코나비어 알로하비어 라니카이브루잉 등을 판매하고 있다. 유와무역은 제주위트에일이 제주 청정 자연에서 얻은 원료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지 마케팅 활동을 적극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맥주 이번 도전은 단순한 시장 확장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주맥주는 일본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남아메리카 지역인 브라질 등으로도 시장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토종 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도 일본에서 선전을 하고 있다.

4월 문을 연 맘스터치 일본 직영 1호점 ‘시부야 맘스터치’는 운영 40여일만에 누적 고객 10만명, 매출액 1억엔을 달성한바 있다.

일본 시부야 맘스터치 매장 앞에 입장을 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맘스터치 시부야점에는 개점후 40일만에 고객 10만명이 방문했다. 사진 맘스터치 제공

일평균 방문객 수 2500명을 꾸준히 유지하며 일본 내 프랜차이즈로서는 이례적으로 매장 앞 대기가 이어지고 있다. 또 일평균 테이블 회전율도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10여회를 기록하고 있다.

맘스터치가 일본에서 빠른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데는 ‘맛’과 혁신적인 운영 방식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맘스터치는 일본 경쟁사 제품 40여종에 대한 비교 테스트 이후 일본 현지인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소비자테스트를 진행했다.

실제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객들은 맘스터치 독보적인 맛과 높은 품질에 큰 만족감을 보이며 96% 이상이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뜨거운 인기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져 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X(구 트위터)에서는 ‘맘스터치’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고 있다.

맘스터치는 생산성을 향상한 운영 방식으로 고객들 만족감을 높였다. 지난해 가을 3주간 3만3000여명이 방문한 임시매장(팝업스토어) 운영을 통해 일본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경험을 마친 맘스터치는 여기서 얻은 경험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을 단행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외식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식품외식업체들이 한국 문화 매력을 기본으로 일본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정석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