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보다 사회책임…식음료업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환아 300명 위해 분유·쌀밥 따로 만들어

2024-07-16 13:00:05 게재

남양유업, 40년째 특수조제분유 생산 … CJ제일제당, 10시간 더 걸려 만든 저단백 햇반

국내 대표 식음료업체 두 곳이 300명 환아만을 위한 식음료를 따로 생산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어린이들은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먹고 싶지만 먹을 수 없다. 그런 게 너무 많다. 식음료업체 두 곳에선 이 가운데 환아들이 맘놓고 먹을 수 있는 분유와 쌀밥을 만든다.

당연히 일반 식음료 제품보다 생산비용이나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들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군말없이’ 수십년째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윤만을 생각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적 책임 때문이라도 놓을 수 없는 인연이라는 게 이들 기업 소신이다. 이들만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다.

남양유업은 “최근 강원도 쏠비치 양양에서 열린 스물두번째 PKU(phenylketonuria 페닐케톤뇨증) 가족캠프 후원사로 이름을 올리며 특수분유 기반 사회공헌활동 강화에 나섰다”고 15일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 주관하는 이 캠프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겪는 환아와 그 가족을 응원하기 위한 행사다.

남양유업은 현장에 유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특수분유도 생산하고 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인 ‘페닐케톤뇨증’은 국내 인구 기준 6만명 중 1명꼴인 300명 정도가 겪는 병이다. 엄마 모유는 물론 밥과 빵, 고기 등 범용적인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해 특수분유나 저단백식으로 식단을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모유와 일반 우유에 포함된 당분인 ‘갈락토스’를 포도당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성 탄수화물 대사 질환인 ‘갈락토스혈증’ 환아들인 셈이다. 남양유업은 이 환아들을 위해 특수조제분유 ‘임페리얼드림XO 알레기’를 40년째 생산해오고 있다.

남양유업 측은 “유당과 유단백을 배제한 식물성 유아식인 임페리얼드림XO 알레기는 유성분을 소화하지 못해 일반 분유나 우유를 먹을 수 없는 아기들이 신생아 때부터 섭취할 수 있는 특수 조제분유”라며 “공장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구복지협회에 2021년부터 납품하며 환아 가정을 지속 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소아 뇌전증 환아용 ‘케토니아’, 묽은 변을 보는 아기를 위한 ‘임페리얼드림XO 닥터’, 저체중아 및 재태기간 37주 미만 아기의 안정적인 성장에 맞춘 ‘임페리얼드림XO 이른둥이’ 등 영유아 건강한 성장을 돕는 제품도 생산·보급 중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소수의 환아들을 위해 특수분유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각종 후원, 캠페인 등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사랑 나눔을 더욱 펼쳐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양유업은 60년 오너 체제를 끝내고 1월말 최대주주가 한앤컴퍼니로 변경됐다. 1985년부터 이어온 뇌전증과 선천성 대사질환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 생산 보급 활동만큼은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회적 책임은 다 하겠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도 PKU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16년째 ‘햇반 저단백밥’과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11~12일 이틀간 강원도 양양에서 열린 22회 PKU가족캠프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런 질환을 갖고 태어나면 선천적으로 아미노산(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한다. 단백질 성분인 페닐알라닌을 먹으면 대사산물이 체내에 쌓여 장애가 생기거나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평생 페닐알라닌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식단을 유지해야 하고 흰쌀밥도 먹을 수 없다.

CJ제일제당은 2009년 PKU질환을 앓는 자녀를 둔 직원 건의로 저단백 햇반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단백질 함유량을 일반 햇반(쌀밥)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햇반 저단백밥’을 선보였다. 햇반 저단백밥은 쌀 도정 후 단백질 분해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별도 특수한 공정들을 거쳐야 한다.

CJ제일제당 측은 “일반 햇반보다 생산 시간이 10배 이상 걸린다”며 “생산효율이 떨어지고 수익성과도 거리가 멀지만 사회적 책임과 사명감을 갖고 16년째 약 250만개의 햇반 저단백밥을 생산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CJ제일제당도 ‘제22회 PKU 가족캠프’에 동참해 ‘햇반 저단백밥’과 기부금을 전달했다. CJ제일제당은 2009년부터 해마다 ‘PKU 가족캠프’에 참여해 참가자들 식사로 ‘햇반 저단백밥’을 제공하고 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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