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대통령기록물이라더니…
“행정관 깜빡하고 돌려주지 못해”
검찰 “김 여사, 반환 지시” 진술 확보
기존 해명과 배치 … 신빙성 논란
소환조사 반발 … 제3의 장소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통령실 행정관으로부터 ‘김 여사가 가방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여사는 가방을 받을 의사가 없었고 직원의 실수로 돌려주지 못했다는 것인데 기존 대통령실과 여권의 해명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실 유 모 행정관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으면서 ‘최재영 목사와 면담이 이뤄진 당일 김 여사가 명품가방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행정관은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직원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실에 합류, 이른바 ‘여사팀’ 소속으로 김 여사를 최측근에서 보좌해온 인물이다. 그는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이 건네진 지난 2022년 9월 13일 김 여사와 최 목사의 일정을 조율했다.
유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가 최 목사를 면담하면서 가방을 받은 것은 맞지만 당일 오후 최 목사에게 가방을 돌려주라고 본인에게 지시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다만 다른 업무 처리로 바빠서 김 여사의 지시를 깜빡 잊는 바람에 이행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여사가 가방이 반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최 목사측이 가방을 전달하는 영상 공개에 앞서 반론을 요청한 지난해 11월에서였다는 것이다.
유 행정관의 진술대로라면 김 여사도 최 목사가 건넨 선물이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실로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김 여사의 범죄 혐의는 옅어진다.
유 행정관의 진술이 맞다면 문제가 불거진 즉시 ‘가방을 돌려주려했으나 직원의 실수로 반환하지 못했다’고 해명하면 될 터인데 김 여사측이나 대통령실은 반년이 넘도록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실은 지난 1월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며 김 여사의 ‘반환 지시’와는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친윤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달 “절차를 거쳐 이미 국고에 귀속이 됐는데 이를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말대로라면 김 여사는 ‘국고 횡령’을 지시한 셈이 된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 기록물 여부에 대한 판단은 아직 그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며 기존과는 또 다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기존 대통령실이나 여권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검찰은 유 행정관 진술의 신빙성을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검찰은 김 여사가 명품가방을 사용하지 않고 보관해왔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공문을 보내 가방을 임의제출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명품가방 실물 확인 등을 거친 뒤 김 여사를 조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당초 이원석 검찰총장이 엄정 수사원칙을 강조하면서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가능성이 유력했으나 최근 김 여사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조사 여부와 방식을 놓고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관련 법률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는 15일 공개된 CBS ‘노컷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사건에서 현직 영부인을 소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사건이었으면 ‘각하’ 처분됐을 가능성이 큰데 영부인이란 이유로 정치화되고 정쟁화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생겨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사건에서 현직 영부인을 소환하게 되면 부정적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선 소환조사 대신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를 비공개로 대면조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