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복수주소제, 지방소멸 막을 새로운 기회
지난 5월 일본정부가 ‘광역적 지역 활성화를 위한 기반 정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두 지역 거주제’를 공식 도입했다. 우리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복수주소제’와 유사한 제도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많은 지방 도시들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이 두 지역 거주제를 서둘러 도입한 이유다. 이 제도는 도시 주민들이 지방에도 생활 거점을 마련해 정주인구는 아니지만 ‘관계인구’로 지방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일본은 이번 법률개정을 통해 지자체인 시·정·촌이 ‘특정 거주 촉진 계획’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고, 두 지역 거주를 지원하는 법인을 지정해 빈집 정보나 일자리 정보를 맡도록 했다. 또한 시·정·촌과 지역주민, 관련 법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특정 거주 촉진 협의회’를 조직해 두 지역 거주 촉진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도록 했다.
일본정부는 중앙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고정금리 모기지 지원 제도, 빈집 대책 종합지원 사업, 워케이션 거점시설 정비 지원사업 등이 그 예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두 지역 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거주지를 마련하고, 지방에서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정부도 복수주소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가 지방소멸 대응에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시와 지방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 강화될 수 있다. 도시의 자원과 지식이 지방에 전파되고, 지방의 전통과 문화가 도시로 확산될 수 있다. 이는 서로 다른 지역 간의 이해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사회 전체의 통합을 도모할 수도 있다. 다만 이 제도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주거지를 두 군데 마련하고 유지하는 비용 부담, 두 지역에서의 일자리 확보, 지역 커뮤니티 참여 등이 숙제다. 두번째 주소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것 또한 과제다.
국민이 두개의 주소를 갖는 데 따른 공공재원, 예를 들어 주소지에 납부하는 주민세나 인구수에 따른 교부세 배분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주소제는 단순히 주거 형태의 변화를 넘어 지역 활성화와 삶의 질 향상 등을 아우르는 혁신적인 제도다. 이를 통해 도시와 지방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일과 삶의 형태도 유연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주거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두 지역 거주제’ 도입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는 일본의 시도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도 복수주소제 도입에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갖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