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탄소중립

2024-07-17 13:00:02 게재

지난 6월 발표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화제다. 동해 포항 앞바다 심해에 가용한 탐사자료 해석의 결과로 도출된 탄화수소 집적구조에 탐사 자원량 기준으로 35억~140억 배럴이 부존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를 찾는 탐사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2050년에도 화석에너지 비중 절대적

올해로 72년째 발간되고 있는 BP사의 ‘세계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은 1조7000억 배럴을 초과하며 일평균 소비량은 9800만 배럴 정도이다. 20년 전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은 1조3000억 배럴이었고 그동안의 석유 소비량을 약 5000억 배럴로 보면,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은 약 9000억 배럴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통계에 따르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050년 주요 에너지 수요 구성비 목표는 재생에너지 약 55%, 화석에너지 30%, 원자력/수력 15%였으나, 현재까지의 탄소중립 이행 추세를 고려한 예측은 화석에너지 약 67%, 재생에너지 25%, 원자력/수력 8% 수준이다. 현재 추세로 가면 2050년에도 여전히 전 세계 에너지 수요에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에너지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올해 말 첫 시추 예정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발견에 성공하여 매장량 단계에 이르려면 5~10년이 소요될 것이다. 성공을 가정으로 탄소중립에 미치는 영향을 에너지 전환, 에너지 믹스 그리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개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연구소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원전 사고 위험 예방, 기후 보호, 화석연료의 유한성 그리고 현지 생산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 축소 등 4가지로 설명했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공급 체계를 화석연료 등 지속 불가능한 방법에서부터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므로, 화석에너지를 탐사하려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에너지 전환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기후 위기 대응에 부정적일 수 있다. 자원은 유한하므로 언젠가 화석에너지는 고갈될 것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과도한 석유 소비에도 전 세계 매장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2050년에도 전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화석에너지의 비중이 여전히 절대적인 추세를 볼 때, 자원 유한성 이슈로 탄소중립을 논하기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에너지를 자국 내에서 확보하여 수입의존도를 축소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현지 생산 재생에너지 확산과 영토 내 매장량 확보는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프로젝트를 에너지 전환 관점에서 보면 기후 위기 대응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화석에너지 확보라는 딜레마가 공존할 것이다.

영토 내 자원 확보, 에너지 안보에 전환점

에너지 믹스란 인구 증가와 더불어 급증하는 전력 사용량을 감당하기 위해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다. 화석에너지, 원자력 등 기존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국가별 상황에 따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최근 AI 분야가 미래산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더더욱 급증할 전력 수요에 대비하고자 에너지 믹스는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 수단이 되고 있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가 수소경제다. 그러나 국제재생에너지기구가 예측한 2050년 국가별 그린수소 가격 경쟁력 예측 자료를 보면 수소 생산 국가 중 우리나라의 생산 가격이 가장 비싸다. 중국, 미국 등이 수소 1kg당 생산비가 0.75달러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3달러가 넘는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싸고 물부족국가인 점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천연가스가 주 탐사 대상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그린수소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청정수소의 대안으로 개발되고 있는 블루수소 생산에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대규모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바람직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안보는 한 국가가 경제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국가가 사회와 경제 등에 필요로 하는 충분한 양의 에너지를 적정한 가격에 확보하는 것이다. 세계 4위 에너지 소비국이지만 수입의존도가 95% 내외인 우리나라 현실과 글로벌 자원 패권경쟁이 격화되어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영토 내 자원 확보는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각계 전문가들의 투명하고 활발한 논의를 바탕으로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최적의 해법을 찾기를 기대한다.

이승국

한양대 대우교수

에너지자원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