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금강권역 장마피해 '일상'되나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수년째 반복
기반시설·대응시스템 재설계해야
충청권 남부와 전북 북부를 가로지르는 금강권에 집중호우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장마기간 집중호우가 이들 지역의 ‘새로운 일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해가 드물던 시절 짜여진 기반시설과 시스템 등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대전시와 충남도 등에 따르면 16~17일에도 충청권 남부에 50㎜가 넘는 강한 비가 쏟아졌다. 지난 10일 100㎜가 퍼부은 이 지역은 또 다시 도로가 침수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장마는 일반적으로 남쪽의 고온다습한 기단과 북쪽의 차고 건조한 기단이 부딪히면서 대기 불안정으로 정체전선이 생기며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금강권 장마기간 집중호우는 독특한 형태와 경로를 반복하고 있다. 좁고 긴 장마 비구름이 매년 특정지역에만 반복적으로 지나고 있다. 남북으로 좁으면서도 동서로 길게 형성된 비구름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이들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비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일 집중호우 때 이들 지역엔 100㎜가 넘는 비가 왔지만 서울 등엔 비가 오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충청권 남부와 전북 북부의 금강권과 경북 북부에 걸친 비구름이 이들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충남 부여군의 여름철 홍수 발생빈도를 살펴보면 2020년대 이전엔 1970년-1987년-1995년-2010년 등 10년 안팎이었다. 하지만 2020년대 넘어서는 2022년-2023년-2024년 3년 연속 내리 홍수가 발생했다. 부여군은 2022년과 2023년 홍수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고 올해도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부여만이 아니다. 인접한 충남 논산은 2023년에 이어 올해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충남 청양은 2022년과 2023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17일에도 6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금강은 전북에서 시작해 대전과 세종을 거쳐 충남을 가로지른 후 다시 충남과 전북의 경계선으로 빠져 나간다. 비가 내릴 경우 이 지역 대부분 물은 모두 금강으로 모아지는 구조다.
2023년 충북 청주 미호천, 충남 논산 논산천, 충남 청양 치성천 등 제방이 붕괴된 지역은 모두 금강의 지류다. 금강의 물이 한계에 이르자 약한 고리인 지천의 제방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2022년 이후 장마기간 집중호우가 집중되면서 이들 지역은 비상이 걸렸다.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일상’이 눈앞에 나타났다는 공포 때문이다.
대전에선 최근 도심을 가로지르는 3대 하천의 교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구와 중구를 잇는 유등천 위 유등교가 지난 10일 집중호우로 내려앉고 뒤틀리는 현상이 발생해 전면통행이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등교는 2022년 안전점검에서 B등급(양호)을 받은 다리였다. 대전시에 따르면 현재 대전지역 다리 159개 가운데 A등급은 9개, B등급은 106개, C등급은 44개다. B등급인 유등교조차 자칫 붕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최소한 B등급과 C등급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은 “대전은 자연재해가 없는 곳으로 유명했지만 이젠 옛말”이라며 “교량 뿐 아니라 저지대, 대피소 등에 대한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마에 대비한 기존 기반시설의 용량을 크게 키우고 시스템 역시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는 “지난해에 온 비가 100년에 한번 오는 비라고 했지만 올해는 200년에 한번 오는 비였다”면서 “하지만 현재 이들 지역 기반시설은 20~30년 빈도로 건설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군수는 “제방은 물론 배수로 양수장 펌프장 등 기반시설의 용량을 대폭 키울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을 관리·운영하는 시스템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