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구덕운동장 졸속개발 반대
공공성보다 아파트 편중
“계획안 바꿔 보고하라”
100년 역사의 구덕운동장이 초고층 아파트 촌으로 개발되는 것에 대해 부산시의회도 반대쪽에 가세했다.
17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16일 ‘구덕운동장 일원 도시재생혁신지구 계획안에 대한 의견청취안’에 대해 “시민의견수렴 절차가 미흡하고 시가 일방적으로 검토한 개발계획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정례회에서 의견청취안 심사를 보류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반대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시의회는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체육시설은 축소하고 공공성보다는 사업성(아파트)에 편중된 사업계획으로 추진일정에 쫓겨 급하게 추진된 졸속 행정절차”라고 비판했다.
시의회는 시가 향후 충분한 검토와 숙의과정을 거쳐 개발계획을 변경해 시의회에 다시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시의회 의견제시안은 △체육관련 인프라를 위한 시설 확충이 우선 전제되고 역사적 상징성이 보존되도록 보완·개선할 것 △주거시설 등 검토 시 주민의견과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시설배치에 반영할 것 △공청회·설명회 등을 통해 논의되고 시민으로부터 제출된 의견에 대해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친 개발계획안을 마련할 것 등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시의 구덕운동장 개발 방식에 대해 반발기류가 강하다. 도시재생인데 주민 의견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초고층 아파트 위주 개발은 시민사회 반발을 이끄는 도화선이 됐다. 2월 발표된 계획은 38층 아파트 3개동 530가구였는데 5월 주민 공청회에서는 49층 아파트 4개동 850가구로 갑자기 크게 늘었다. 공청회가 파행됐고 시민사회 반발로 이어졌다. 이를 위해 체육시설 목적의 1종 일반주거지가 용도변경을 통해 대부분 일반상업지역으로 바뀐 것도 문제다.
부산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등에서는 “체육공원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것은 졸속이자 약탈”이라며 “토건세력을 위한 개발”이라고 비판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건립반대 주민협의회 등은 릴레이 캠페인과 대시민토론회 등을 열고 국토부에 서명과 성명서를 전달하는 등 반대운동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구덕운동장은 1928년 부산 최초의 공설운동장으로 건립됐다. 1985년 사직야구장이 생기기 전까지 스포츠관람의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노후화가 고민이다. 야구장과 실내체육관은 2018년 철거됐고 주경기장인 종합운동장만 남았다. 시는 구덕운동장 도시재생계획안에 대해 9월 국토부의 국가시범지구 지정을 기대하고 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