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평가 인터넷 공개 “인격권 침해 아냐”
1·2심, 원고 패소 … 대법, 상고 기각
“의사표현 자유 영역 … 두텁게 보호”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해 국내 주요 대학 교수와 연구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김박사넷)가 대상 교수의 인격권을 위법하게 침해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는 A교수가 김박사넷 운영 업체인 ‘팔루썸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김박사넷은 대학생·졸업생으로부터 이공계 대학원 교수와 교수 연구실에 관한 정보를 입력받아 방문자에게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이공계 교수에 대한 한줄평과 함께 연구실에 대한 등급점수를 제공한다.
등급점수는 교수 인품, 실질 인건비, 논문 지도력, 강의 전달력, 연구실 분위기 등 5가지 지표로 구성된다. 각 지표별로 A+부터 F까지 등급으로 평가해 오각형 평가 그래프 형태로 볼 수 있도록 했다.
김박사넷에서 평가 점수가 낮았던 A씨는 회사측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회사측은 이름과 이메일, 사진을 삭제하고 원고에 대한 한줄평 전부를 차단 조치했지만, 그래프 삭제는 거부했다.
A씨는 회사측이 그래프 삭제 요구를 거부하고, 한줄평을 차단하면서 ‘해당 교수의 요청으로 블락 처리됐습니다’라고 문구를 게시한 것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위자료 1000만원과 웹페이지 삭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국립대 교수인 A씨는 공인에 해당돼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며, 해당 평가가 경멸적인 인신공격이나 사실을 왜곡한 공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부정적 평가만 게시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긍정적인 평가가 게시되기도 하며 실제로 김박사넷이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 결정과 연구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래프의 위법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래프의 삭제 요청을 거부한 원고의 행위가 정보통신망법상 위반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해 사실을 왜곡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 두텁게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가 평가 그래프를 통해 원고에 관한 평가 결과를 제공한 행위로 말미암아 원고의 주관적인 명예감정이 다소 침해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혹은 타인의 신상에 관해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원고의 인격권을 위법하게 침해하였다고까지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공적인 존재로서의 지위, 개인정보의 공공성과 공익성, 피고가 정보처리로 얻은 이익과 처리절차 및 이용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의 개인정보 등을 수집·제공한 행위는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며 “교수 평가 결과를 제공한 행위를 두고 원고의 인격권을 위법하게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