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백’ 실물 보면 의혹 가실까
검찰, 대통령실에 임의제출 공문
김건희 여사 반환의사 있었는지
일련번호·사용흔적 등 확인할 듯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잇단 해명에도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검찰이 가방 실물 확보에 나서 주목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최근 대통령실에 명품가방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방이 대통령실 청사 내에 보관 중인 점을 고려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보다 임의제출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는 2022년 9월 13일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전달하고 이 장면을 촬영해 지난해 11월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를 통해 공개, 파장을 낳았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 여사측은 최 목사로부터 받은 가방을 대통령실 유 모 행정관에게 돌려주라 지시했으나 유 행정관이 깜빡하는 바람에 반환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여사측이나 대통령실은 ‘디올백’ 논란이 불거지고도 한참 동안 김 여사가 가방을 돌려주려 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도 지난 2월 KBS와의 특별대담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에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어렵지만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가방을 받은 사실만 인정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사과하면서도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김 여사의 ‘반환 지시’가 알려진 건 이달 3일 유 행정관이 검찰 조사를 받으며 진술한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유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가 최 목사를 면담하면서 가방을 받은 것은 맞지만 당일 오후 최 목사에게 가방을 돌려주라고 본인에게 지시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 행정관은 다만 다른 업무 처리로 바빠서 김 여사의 지시를 깜빡 잊는 바람에 이행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되고 반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나온 유 행정관의 진술은 오히려 ‘꼬리자르기’라는 의심을 키웠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누가 봐도 꼬리자르기 시도 아니냐”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 윤석열정권은 도마뱀 정권이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여사측 변호인 최지우 변호사는 보도자료를 내고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영부인이 유 행정관에게 ‘바로 돌려주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으니 기분 나쁘지 않도록 추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반환 지시와 가방을 돌려줄 시점에 차이가 있다보니 유 행정관이 실수하게 됐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최 변호사는 “이 사건은 형사처벌 규정이 없는 사건으로 누군가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울 수 없다”며 “‘꼬리 자르기’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디올백의 보관 상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의혹 초기 대통령실은 관계자 전언을 통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했었다. 지난 1일 국회에 출석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디올백은 있는 포장 그대로 청사 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의 포장을 풀지 않고 그대로 보관해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16일 포장은 풀어봤다는 설명을 내놨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포장지도 버리지 않고 포장 그대로 계속 보관하게 된 것”, “디올백은 사용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보관되어 있음”이라고 했다가 다시 입장을 내고 ‘포장을 풀어보긴 했으나 반환하기 위하여 그대로 다시 포장하여 가지고 있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디올백을 사용하지 않고 포장 상태로 보관한 것은 “사용할 의사가 없었고, 반환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가방 실물을 통해 김 여사에게 반환의사가 있었는지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규명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은 대통령실에 보관 중인 디올백의 실물을 확보하면 최 목사가 전달한 가방과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지, 가방을 사용한 흔적은 없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이 관저를 거쳐 대통령실에 보관하게 된 경위 등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