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이제라도 사과?…말 아끼는 용산
“수사 중인 사건” “의미 없어” 반응
“문자 논란도 함께 사과해야” 지적도
여사측·대통령실 ‘디올백’ 해명 혼선
명품가방·문자 등 여권 악재의 중심에 놓인 김건희 여사가 지금이라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지적에 여당 대표주자들이 모두 동의한 가운데 대통령실 및 여사 측의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전날 여당 대표후보들이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필요성을 입 모아 언급한 점과 관련해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왔던 내용에 우리가 입장을 정리할 것은 아닌 듯하다”며 “다만 이런 의견들이 있었다는 상황은 공유하고 논의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보인다. 김 여사 쪽 입장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 관한 언급이 조심스럽고 이미 총선이 끝난 시점에 (사과가)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봤다. 다른 관계자는 “관련 질문이 토론회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여사 논란을 부각시켜 한동훈 후보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여권 관계자는 “사과는 늦은 것 같아도 늦지 않다”며 “디올백 뿐 아닌 문자 등 일련의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게 국정동력 회복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 등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명은 16일 김 여사가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모두 긍정답변을 내놨다.
후보들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 상암동 채널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3차 방송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X 질문에 모두 ‘○’ 를 골랐다.
한 후보는 “국민들이 그것을 바라고 계시고 대통령도 이미 사과를 하셨다”며 “이 사안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1월부터 그 부분을 말씀했다. 결국 관철하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 후보도 “아직도 많은 국민들께서 ‘지금이라도 좀 사과하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사과 의사 표시를 하신 것으로 문자에서 나온 것 같다. 지금이라도 사과하는 것이 오히려 털어버리고 간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했다.
원 후보는 “영부인은 공인이고 국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공적 책임도 있다”며 “물론 영부인 본인은 억울한게 많겠지만, 국가지도자 영부인이라면 국민을 먼저 생각해서 사과하면 국민들도 마음을 열 것이다. 많은 문제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윤 후보 역시 “김 여사께서는 몰카 공작의 희생양”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민적인 마음을 어루어 주셔야한다”며 “지난번 한 비대위원장께 백번·천번·만번 사과하고 싶다고 하셨고 그 입장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디올백(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중인 가운데 대통령실과 김 여사 측의 해명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장도 뜯지 않고 보관 중”(대통령실) 이라던 해명이 “풀어보긴 했으나 다시 포장해놨다”(김 여사 측)로 바뀌고, “김 여사가 돌려주라고 지시했지만 깜빡했다”던 행정관의 진술이 “기분 나쁘지 않게 추후에 돌려주라고 지시했다”(김 여사 측)로 바뀌며 해명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