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머문 코모도호텔 ‘1114호’

2024-07-17 13:00:26 게재

APEC정상회의로 다시 주목

호텔 개관 때 모습 원형 보존

경주 보문관광단지 안에 있는 특급호텔의 한 객실이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계기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경주의 한 특급호텔 객실이 주목받고 있다. 경주 코모도호텔 1114호 모습. 최세호 기자

바로 경주 코모도호텔(개관 당시 조선호텔) 10층에 있는 ‘1114호’다. 10층에 있지만 객실번호는 1114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일에서 따왔다. 이 객실은 경주관광개발과 보문관광단지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다. 1979년 4월 6일 호텔 개관 당시부터 ‘프레지덴셜 스위트’로 마련됐다. 현재 ‘프레지던트 박 스위트’로 개관 당시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다.

최근 이 객실이 새삼 주목은 받는 것은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주요 회의장소가 바로 보문관광단지이기 때문이다. 경주는 보문관광단지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해 국내 개최도시 유치경쟁에서 인천과 제주를 제쳤다. 이 때문에 경주시 등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덕을 봤다는 말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1971년 당시 우리나라 1차,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관광산업에 눈을 돌려 경주관광개발과 보문관광단지 조성를 지시했다. 같은 해 8월 정부의 경주 관광종합개발계획이 확정됐다. 1974년 UN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차관 2500만 달러가 들어오면서 보문단지 기반시설과 단지 조성을 시작할 수 있었다.

보문단지에는 1000만㎡가 넘은 황무지에 165만㎡의 인공호수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회의장 육부촌, 국악공연장, 보문호 선착장을 비롯한 기반시설과 조선보문과 도큐호텔 등이 들어섰다. 보문은 1975년 관광단지 1호로 지정됐고, 1979년 4월 공식 개장했다. 같은 해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총회의 경주워크숍이 육부촌에서 열리기도 했다.

보문관광단지에 처음으로 문을 연 조선호텔은 10층 규모로 지어졌다. 이 호텔 ‘1114호’는 일반 트윈 객실 8개를 합친 약 80여평(약 265㎡) 크기다. 보문호수 등 보문단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레이크뷰’쪽에 대통령의 회의실, 침실, 화장실, 작은 주방 등이 있고 입구 왼쪽에는 수행원이나 가족 등이 묵었던 침실과 접견실이 있다. 출입문 쪽에는 접견대기실 같은 응접실도 있다. 당시 사용됐던 대통령의 상징 문양인 봉황과 무궁화가 새겨진 침대와 소파 등의 가구들이 잘 보존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주관광개발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1979년 10월 11일 경주 보문단지에서 주한 외교사절단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고 그해 10월 24일에도 보문단지를 방문해 경주관광 개발추진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틀 후 10.26사태가 발생했다.

조선호텔은 국제관광공사가 57%, 대림산업이 43%를 출자해 건설돼 운영되다 1982년 공기업 민영화 조치로 라이프그룹에 인수됐다. 1999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갔다가 2005년 부산의 코모도호텔이 인수해 현재 영업 중이다.

김동현 코모도호텔 상무는 “여러번 호텔 주인이 바뀌었지만 1114호는 일부만 수선하고 원형을 보전했다고 들었다”며 “1114호 객실은 한국관광산업 초기의 호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호텔측은 관광산업역사의 유산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50년 뒤에도 유서가 깊으면서도 유행에 뒤지지 않는 호텔로 운영할 방침이다.

코모도호텔측은 현재도 특별한 고객을 대상으로 특별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즐겼던 식단을 고증해 경주법주와 함께 ‘프레지던트 박 런치와 디너’ 정식을 1층 한식당에서 개발해 판매 중이다. 서민적 음식 좋아했던 박 전 대통령은 밑반찬 몇 가지와 생선전, 불고기 등으로 차려진 밥상으로 소박하고 담백하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경북의 산업유산으로 지정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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