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소비자가 보는 공정위 쿠팡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자기’ 상품인 직매입 상품들을 일반 판매자 상품보다 우대해 팔았다는 혐의로 1400억원 과징금 부과 처분을 했다. 이 과징금은 국가기관이 유통업체에 부과한 사상 최대금액이다.
공정위가 쿠팡과 관련해 온라인 매장 진열방식에 대해 문제를 삼고 규제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들로부터 장려금을 받거나 부당하게 판촉비용을 전가하거나 판매사원 인건비를 부담시키는 걸 문제삼았다.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점에 대해 을의 편에 서서 공정잣대를 적용해왔다.
상품 진열은 유통업체 고유영역이자 중요한 사업전략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벽이냐, 에스컬레이터 옆이냐, 매장 가운데 배치하냐에 따라 각기 다른 매출을 얻는다. 온라인 업체 매출은 모바일이나 컴퓨터 화면 몇번째에 상품을 배치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체상품(PB)을 일반 제품보다 유리하게 배치했다고 지적했다. PB상품은 유통업계 주요 전략상품이다. 품질은 기존 브랜드 제품과 동일하거나 우수하면서 가격은 싸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브랜드 제품은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우위에 있다. 유통업체는 중소·중견기업들과 함께 싸고 질좋은 PB상품을 개발해 판매한다.
선택은 소비자 몫이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모두 PB상품 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또 소비자에게 더욱 잘 보이게 전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쿠팡이 자사제품을 잘 보이게 온라인상에 진열해 소비자를 현혹했다면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쿠팡이 대한민국 유통을 모두 장악했고 소비자들은 쿠팡 이외 다른 선택지가 없어야 한다. 판매자 역시 쿠팡 이외에 다른 판매처가 없을 경우 쿠팡 자체상품진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 이커머스 생태계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판매자 48만여명은 네이버·쿠팡·지마켓·11번가 등 평균 4.9개 쇼핑 플랫폼에 복수 입점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채널 선택권’이 판매자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쿠팡 외에도 많은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이 있다. 쿠팡 추천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 소비자들은 다른 유통사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쿠팡 국내 유통 점유율은 4% 미만이다. 소비자는 질 좋은 물건을 싸게 구매하고 싶어한다. 이런 소비자 심리를 잘 파악해 알맞는 물건을 추천해주는 것은 유통회사 몫이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쿠팡 역시 소비자 사랑으로 단기간 성장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정위 역시 소비자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