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잇단 사고에 내부통제 강화 ‘발등의 불’

2024-07-18 13:00:25 게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갖고 결의 다져

디지털 강화, 은행외 외연확장도 과제

일부 은행장, 구체 성과에 재신임 걸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권이 하반기 내부통제 및 디지털 역량 강화 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금융그룹은 증권과 보험 등 계열사 외연 확대와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금융지주 계열 상당수 은행장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임기가 걸려있어 성과에 따라 거취도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각 금융그룹에 따르면, KB금융은 19일부터 20일까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회의에는 양종희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대표와 경영진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상반기 그룹 및 계열사별 성과와 문제점을 평가하면서 하반기 경영방침과 목표를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부통제 및 전체 직원들의 준법 및 윤리의식을 다잡는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부터 터지기 시작한 KB국민은행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한 일부 영업점에서의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대외 이미지 추락과 막대한 충당부채 조성으로 실적에도 악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증권투자와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한 내부통제도 강화할 전망이다.

내부통제는 KB금융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사 전체적으로 하반기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이다. 지난 12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가진 우리금융은 비장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우리은행에서 터진 2022년 700억원대 횡령사고에 이어 최근 180억원대 대형 사고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내부통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임종룡 회장은 회의에서 금융사고와 관련 “뼈아프다”면서 “임직원 모두 절벽 끝에 선 절박한 마음으로 자성하고 ‘무신불립’의 신념으로 내부통제 강화와 윤리의식 내재화에 나서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최근 준법감시인을 전격 교체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금융지주사는 또 하반기 디지털 역량 강화에도 지속적으로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AI가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인재 확보와 함께 과감한 투자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KB금융은 은행을 비롯해 증권과 보험 등 산하 계열사가 함께 이용하는 ‘그룹 공동생성형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앞서 이달 1일 회의를 가진 신한금융도 디지털 역량 강화에 힘을 집중할 것을 결의했다. 진옥동 회장은 회의에서 “신한금융의 디지털 혁신은 고객중심 사고에서 시작된다”면서 “혁신 선도기업의 모습에서 받은 자극으로 신한의 혁신 DNA를 다시 일깨우자”고 강조했다.

일부 금융지주사는 계열사 외연 확대와 내실화 과제도 다급하다. 대표적으로 우리금융은 지난 5월 인수한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을 합병해 조만간 우리투자증권을 새롭게 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비은행 부문에 대한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해 비은행 부문의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우리금융은 이번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보험사 인수를 통한 그룹의 업권별 다양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아직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세부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함영주 회장을 중심으로 지난해 이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은행부문 내실화를 더 다지면서 보험을 강화하는 것도 고심하고 있다. 함 회장은 지난 11일 제주에서 열린 ‘2024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강연에서 “신사업 확대를 위해 비은행 분야 인수합병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보험업 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지주사 계열 상당수 은행장의 임기도 올해 말과 내년 초에 몰려 있어 이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최근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일부 은행장은 재발 방지와 시스템 개선, 내부 직원 기강잡기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재신임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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