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에 용산 화색…‘1호 영업사원’ 체면 살렸다

2024-07-18 13:00:29 게재

심야 생중계 브리핑 “2기에 24조원, 최대 4기 건설 위한 계약 협상”

윤 대통령 “기업인, 원전·정부 관계자, 국민께 감사…최종 계약 최선”

산업부 “대통령 순방 계기 MOU·계약 447건 중 98% 후속조치 진행”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슬로바키아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4월 총선 후 호재보다 악재가 많았던 용산 대통령실은 모처럼 고무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한-체코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안보와 함께 외교활동의 양대 축으로 삼았던 ‘세일즈’가 빛을 발했다는 내부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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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한수원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소식에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인정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코 정부의 결과 발표 직후 “팀코리아가 되어 함께 뛰어주신 우리 기업인들과 원전 분야 종사자, 정부 관계자, 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성태윤 정책실장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팀 코리아 정신으로 최종 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9시 15분 성 실장의 브리핑을 생중계했다. 고위관계자의 늦은 저녁 브리핑은 이례적이다.

성 실장은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스페인에서 개최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UN총회, NATO 정상회의 등 기회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 원전에 대한 세일즈 외교를 펼쳐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도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피알라 총리에게도 친서를 보내 양국 원전 협력의 비전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성 실장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쾌거”라며 “원전의 본산인 유럽에 우리 원전을 수출하는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프로젝트에서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준 체코 정부에 감사드린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성과의 주된 요인으로 우선 윤 대통령의 세일즈외교를 꼽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먼저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직접 원전 세일즈 정상 외교를 추진한 부분, 그리고 마지막까지 팀 코리아를 지원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에서는 신뢰하고 상호 호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공급자로서 역할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건설 단가와, 그러면서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미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며 “한국 원전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점이고, 양국의 긴밀한 교역 투자 관계와 기업 간 협력 등이 크게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했다.

체코 원전 수주가 국내 원전 생태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대통령실은 전망했다.

고위 관계자는 “탈원전 기간 어려움을 겪었던 원전 생태계가 최근 정부의 여러 지원 결과로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매우 큰 규모의 원전을 우리가 수주하며 전체 일감이 확대되고, 국내 원전 생태계가 완전히 정상화해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할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건설이 확정된 원전 2기의 총 예상 사업비는 24조원이다. 하지만 계약 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더 커질 수도 있다.

관계자는 “금번 선정으로 한수원은 최대 원전 4기 건설을 위한 계약 조건으로 최종 조율하는 협상을 하게 된다”며 “발주사는 입찰서 평가를 통해서 경쟁사 대비 한수원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계약 체결 가능성은 물론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에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고, 추후 체코 정부가 테멜린 원전 2기 건설을 결정할 경우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것”이라며 “(추가 건설이 결정될 경우 계약금이 24조원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300억달러(40조원) 투자 유치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중동 빅3 국가에서 107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세일즈외교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결과물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 적지 않았던 가운데 이번 체코 원전 건은 모처럼 ‘손에 잡히는’ 성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후 2년간 순방을 계기로 체결한 민간 양해각서(MOU)와 계약은 총 447건이며, 이중 98%에 달하는 439건에서 후속 조치가 진행 중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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