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종부세 신성불가침 아냐”…김두관 “당의 근간 지켜야”
18일 방송토론 … 연임 도전 놓고 이재명·김두관 날선 공방
“결국 먹사니즘 문제” “역동성·다양성 훼손 안돼” 다른 진단
민주당 8.18 전당대회 대표 경선, 20일 지역 순회경선 시작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나선 이재명 후보가 18일 “당 동료들이 ‘왜 그렇게 공격을 당하느냐’만 하지 말고 함께 싸워주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후보는 “다양성과 역동성이 생명인데 이재명 전 대표가 감독·선수를 다 하려하면 당이 망한다”고 주장했다. 종합부동산세·금융투자소득세 등 감세 논의에 대해 이 후보는 “신성불가침 의제가 아니다”라며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반면 김 후보는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로 당의 근간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20일부터 8.18 전당대회 지역순회 경선을 시작하는 가운데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이재명, 김두관 후보는 현안에 대한 확연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이재명 대표 중심의 당 운영 등을 지칭하며 ‘민주당 일극체제’라는 평가에 대해 김두관 후보는 “민주당의 민주DNA 훼손을 지적하는 우려가 많고 이 대표 체제에 대해 제왕적 총재 시절로 돌아간다고 느끼는 당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당원의 80% 이상이 동의한 민주적 선택으로 정한 것을 체제라고 표현하는 옳지 않다. 당원의 선택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후보의 대표 연임도전을 놓고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김 후보는 “정치적 득이 없는데 왜 대표직을 연임하려 하느냐”면서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사법리스크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민주당은 대선 1년 전 대표직 등을 사퇴해야 하는 규정을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당무위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로 개정했다. 이 후보가 대표에 취임할 경우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까지 마무리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정치적으로) 당 대표를 연임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윤석열정권이 전쟁같은 정치를 하고 있어 그걸 해결하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면서 “왜 그런 상상을 하늦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또 “재판은 이미 진행 중인데 당 동료들이 같이 성을 지키는 입장인데 ‘왜 그렇게 공격을 당하느냐’고만 하지 말고 함께 싸워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한데 왜 그런 약속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 후보는 “대선을 준비하는 이 후보가 다른 후보의 진입을 막고 대선에 직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면서 “이 후보가 선수, 감독을 다 하려 하면 당이 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의 외연 확장 필요성 등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의 분패는 민주진영의 분열과 당과 후보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이 민심과 같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대선 패배는 후보의 부족함이 제일 컸지만 민주개혁진영 분열에도 근접하게 선전했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야당이 집권 2년차에 여당 지지율을 넘어서거나 비슷한 사례가 없는데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가 출마선언에서 언급한 감세 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놨다. “감세가 조세 형평성을 강조해 온 민주당 정체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종부세든 금투세든 논쟁의 대상이기 때문에 마치 신성불가침 의제처럼 무조건 수호하자는 건 옳지 않은 태도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실용적 관점으로 접근해서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돈을 열심히 벌어서 (구매하고) 살고 있는 집이 비싸졌다고 해서 이중 제재를 당한다면 억울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금투세도 정부의 문제가 컸다. 원인이 정부에 있다”면서도 “일시적인 시행 시기 유예는 필요할 수 있다. 논의를 해보자는 입장이다”라고 했다.
반면 김두관 후보는 “우리 당의 근간인 종부세는 전체의 (상위) 2.7%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이 도와주고 있고, 금투세도 1400만 투자자 중 상위 1%의 소득이 있는 쪽에 부과하기 때문에 (현행 과세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또 “이 전 대표는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 때 AI 인공지능으로 일자리가 대체되면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소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며 “기본소득이 확대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대해 김 후보측은 “민주당의 정체성,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는 김두관 후보의 면목이 제대로 드러난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는 SNS에 올린 글을 통해 “각자가 지닌 정책과 비전을 치열하게 토론하다 보면 더 나은 대안도 찾을 수 있다. ‘잘하기 경쟁’으로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