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재홍 한국수소연합(옛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회장
“수소경제 실증단지 구축 필요…글로벌 수소산업 선도"
생산 운송 저장 활용 등 전주기에 걸친 수소사회 구현 … 연구개발 기획부터 개발·실증 지원하는 연구조합 설립 구상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앞장서 이끌어가는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가 ‘한국수소연합’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18일 취임한지 백일을 조금 넘긴 김재홍 회장을 만나 기관명칭 변경·조직개편 이유와 향후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코트라 사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수소연합(옛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은 어떤 기관인가.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2017년 3월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와 세계 수소산업 선도를 위해 민·관 협의체 형태로 설립됐다. 현재 150개 이상의 국내기업, 유관기관, 지자체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주요 회원사는 현대자동차, 두산퓨얼셀, SK E&S,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이다.
●기관이름 변경은 흔한 경우가 아닌데 이유는
기존 기관명은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관 성격도 분명히 나타나지 못했다. 융합, 얼라이언스라는 단어가 얼마나 어렵게 느껴지나.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누구나 쉽게 부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수소연합’이라는 새로운 이름은 기관의 정체성을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함축하고 있다. ‘수소산업의 백년대계’를 그려간다는 각오를 담았다.
●혁신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우리 기관은 지난해 연구개발(R&D) 관리체계 부실논란에 휩싸이면서 진흥전담기관으로 에너지기술평가원이 추가 지정되는 일이 있었다. 청정수소 인증업무도 에너지경제연구원으로 이관되면서 우리의 위상과 역할이 약화되고 축소됐다.
올 3월 취임해 보니 조직체계, 사업프로세스, 직원 역량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돼 내부 조직을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대내외적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컸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고 내부조직도 혁신하기로 했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설립 당시부터 사용해오던 단장 명칭을 사무총장으로 바꾸고, 본부장 직제를 신설해 대외적으로 사업추진 역량을 강화했다. 진흥전담기관이란 위상에 걸맞게 전문인력 확충, 회원사 지원체계 강화도 적극 추진할 것이다.
●세계는 탄소중립 목표를 정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수소산업 역할은
수소는 온실가스 등 유해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에너지원이다. 부산물은 단지 물(H₂0)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소는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에너지 과소비 산업에 탄소저감을 가능하게 하는 반드시 필요한 주요 수단이다.
●하지만 청정수소 개발이나 운송, 경제성 등이 해결과제로 꼽히는데
청정수소는 아직 생산기술과 경제성이 부족해 생산단가가 석탄 대비 5~6배, 천연가스 대비 2~3배에 달한다. 또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기반이 취약해 해외로부터 상당량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고 운송비용도 많이 발생해 경제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5월에는 대안중 하나로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했다. 청정수소간 비용경쟁을 통해 경제성 있는 가격으로 청정수소를 조달할 계획이다.
●수소사회로 가는 여정이 멀게 느껴진다. 현재 구상 중인 사업이 있나.
청정수소의 생산, 운송·저장, 활용 등 전(全)주기에 걸친 수소사회 구현과정을 한 구역에서 볼 수 있는 실증단지 구축이 필요하다. 글로벌 수소산업을 선도해가는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유관기관들이 쉽게 견학할 수 있도록 교통 접근성이 좋고, 수소산업과 연관성 높은 지역 중에서 선정하면 좋겠다.
실증단지는 일반국민들이 수소경제를 보다 가깝게 체험하는 장소로도 활용돼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 기여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수소산업 소·부·장 기업들이 선진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사업화를 이끌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연구개발(R&D) 기획부터 개발, 실증을 지원하는 연구조합 설립도 구상 중이다.
●수소경제 활성화는 한 국가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다. 해외 유관기관들과 협력방안은
청정수소 기반의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간 협력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 청정인증 기준 및 인증,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에서 함께 협력하고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달여 동안 세 차례 국제행사와 전시회에 참석해 글로벌 수소산업 동향을 파악하고 유관기관들과의 협력과 유대를 다졌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수소·연료차량 전시회’(FCVC)에는 중국의 연료전지·탱크 설비 등 수소차 관련기업 수십 곳이 참가해 규모 면에서 인상적이었다. 중국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큰 것을 실감했다.
말레이시아 사라왁 그린수소 프로젝트 현장에 가봤는데 총리가 참석할 정도로 청정수소의 생산과 수출에 관심이 컸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하고 있다. 우리의 기술과 자본으로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생산,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
5월 양국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개최된 ‘제1회 한일 수소협력 대화’에도 참석했다. 양국의 11개 기관이 모여 수소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논의했다. 국제표준 제정, 해외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저장시설 구축 등에서 협력할 분야가 많아 분야별로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수소경제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부 차원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 이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에너지안보 확보를 위해 청정수소의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국가는 물론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도 자국이 보유한 강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소경제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책적·입법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 세계 최초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세계 최대 액화수소 플랜트 준공 등을 통해 수소경제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인프라 구축 및 R&D에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중요하다. 수소사회의 미래를 향해 ‘한국수소연합’이 앞장서 뛰겠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