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내 당원 경력있다고 법관임용 막는건 ‘위헌’”
헌재 “과도한 공직취임 기회 제한”
“정치적 중립 위한 제도 이미 있어”
과거 3년 이내에 당원 경력이 있으면 법관으로 임용될 수 없도록 한 현행 법원조직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소장 이종석)는 18일 현직 변호사 A씨가 법원조직법 일부 조항(제43조 1항 5호)에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경력 법관 임용 결격 사유 중 하나로 ‘정당법 제22조에 따른 정당의 당원 또는 당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A씨는 2017년 12월 18일 정당에 가입했다가 2021년 3월 15일 탈당했다. 그는 2021년 형사 분야 법관 임용을 위한 법률서면 작성평가에 응시해 통과했다.
하지만, A씨는 후속 절차 진행 과정에서 ‘과거 3년 이내의 당원 경력’이 법관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것을 알게 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과거 3년 이내의 모든 당원 경력을 법관 임용 결격사유로 정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 독립에 긴밀한 연관성 없는 경우까지 과도하게 공직 취임의 기회를 제한한다”며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법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하고 재판의 독립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봤다.
헌재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현직 법관은 정당 가입과 정치 운동이 금지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징계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며 탄핵 심판에 따라 파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관의 과거 경력이 개별 사건에 불공정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제척·기피·회피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며 “심급제와 합의제를 통해 법관 개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특히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국회에서 인사청문 절차를 거친 후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임명될 수 있으므로, 판사보다 더 엄격한 수준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법관 임용과 가까운 시점까지 당원이었던 사람은 해당 정당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지 않더라도 해당 법관이 내린 판결은 정치적으로 편향된다고 인식될 수 있어 공정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이번 사건은 정당 경력 결격사유를 규정한 법원조직법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본 최초의 결정이다. 이 조항은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효력을 상실된다.
이번 위헌 결정과 상관없이 법관 재직 중 정당가입 금지와 정치운동 금지를 규정한 법원조직법·국가공무원법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