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지방살리기 10년 실패
11조원 넘게 지방 지원하고도
“도쿄 집중, 흐름 바꾸지 못해”
일본이 10년간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지방살리기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막대한 예산을 지방에 지원하고도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는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도쿄 일극 집중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바꾸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아베 전 총리가 재집권한 이후 2014년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을 살린다는 목표로 출범한 ‘지방창생’ 정책 시행 10년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였지만 사실상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냈다는 부정적 평가로 해석된다. 이 기간 동안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1조3000억엔(약 11조4000억원)을 교부금으로 지급했다.
일본 정부의 지방살리기 정책은 아베 정권이 2014년 새로운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전면에 내세운 정책이다. 한 해 전에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과 재정지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일부 성과가 부유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던 시기라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아베 정권은 동시 지방선거가 예정된 2014년을 앞두고 아베노믹스의 과실을 지방에도 전파하겠다는 목표로 내각에 ‘지방창생본부’를 설치하고, ‘지방창생추진교부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가장 큰 목표인 도쿄로의 인구집중을 막지 못했다. 당초 정부는 도쿄도와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치바현 등 수도권으로 인구 유입을 최대한 막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수도권으로의 인구 전입은 전출보다 11만5000명 웃돌았다. 이는 정책을 시행할 당시 10만900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인구 유입이 더 늘었다 .
보고서는 “국가 전체로 보면 인구감소와 수도권 일극집중 등 커다라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당시보다 인구가 늘어난 지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경우 이주자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증가에 그쳤다”며 “각 지자체간 이주자 확보를 위한 쟁탈전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기시다 정권은 아베 전 정권, 스가 전 정권과 달리 디지털화를 전면에 내걸고 문제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기시다 정권의 새로운 정책방향도 수도권 집중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야마시타 유스케 도쿄도립대 교수(사회학)는 “디지털화가 강조됐지만 인구감소와 도쿄 일극중심이라는 구조적 과제에 대한 대응책은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